6월 중 설비투자가 10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데 이어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8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크게 낮아지면서 하반기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미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로 예상치(2.3%)의 절반수준을 밑돌면서 미국 경기의 재침체(더블딥) 우려가 높아지자 우리 경제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국면’에 빠졌다.
◆ 체감 경기 급랭=전경련이 조사하는 BSI는 7월 실적치와 8월 전망치가 모두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으며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설비투자도 7.5%나 감소, 3개월간 계속된 증가세를 멈췄고, 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 늘어나 4월(7.4%), 5월(7.7%)에 비해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했다. 올들어 한때 78%선에 육박했던 평균가동률도 지난해 4ㆍ4분기 수준인 73.4%까지 떨어졌다. 6월 수치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월드컵이 주된 이유이지만 경기회복세에 이상조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 미국 ‘더블딥’ 우려 고조=소비자 신뢰지수 악화, 경제성장률 급락, 제조업 경기부진, 신규 취업 정체 등 지난 주 미국에서 발표된 지표들이 ‘끔찍한’ 더블딥 가능성을 높이면서 2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는 193.49포인트 급락했다.
최근에는 모간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 이외에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폴 크루그먼도 ‘더블딥 진영’에 가담, “미국 소비자를 에워싼 ‘경기침체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골드만삭스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해 0.7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하반기 경기 전망엔 이견=LG투자증권은 종합주가지수 최고점 전망을 연초 1,000~1,100에서 6월 950으로 낮춘데 이어 최근에는 730 정도로 올해 장을 마감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 증시 하락이 국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어 국내 거시경제지표도 예상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와 한은, 대다수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 금융불안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하반기에도 꿋꿋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한은 내에서도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다소 위축돼 ‘좀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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