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Lease)산업이 뜬다. 외환위기 이후 고사(枯死) 직전까지 몰렸던 리스가 ‘유망 업종’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제품을 ‘소유’하기보다는 ‘이용’하려는 소비 및 경영 패턴의 변화, 본격적인 경기회복세와 함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기업들의 설비투자 움직임이 리스 부활의 원동력이다.4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때 20조원 규모에서 외환위기 직후 전업 리스사들의 집단 퇴출로 연 1조원(1998년) 규모로 쪼그라들었던 국내 리스 시장이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서더니 올해는 4조원대 돌파가 예상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바닥을 모르고 급전직하하던 ‘사양산업’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시장이 활황조짐을 보이자 리스업 진출을 선언하는 신규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업 리스사뿐 아니라 카드나 할부금융사, 벤처캐피털 등 제2금융권의 여신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리스에 대한 관심이 외환위기이전의 활황기 못지않다.
할부금융 전문업체인 삼성캐피탈은 4일 금융감독원에 시설대여업(리스업) 등록을 마치고 이 달부터 리스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삼성캐피탈은 개인은 물론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각종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설비 등에 대한 리스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대기업과 고소득 전문직종사자 중심이었던 기존의 전업 리스사와는 달리 중소 영세사업자와 일반인들을 위한 차별화한 서비스에 치중하겠다”는 것이 회사측의 전략.
이에 앞서 같은 계열사인 삼성카드도 지난달 차량관리 전문회사인 SS오토랜드와 제휴, 자동차 리스(오토리스)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카드업계 1위업체인 LG카드도 대우자동차판매와 손잡고 이 달 말이나 9월부터 주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오토리스 서비스에 나서기로 해 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조짐이다.
오토리스는 리스시장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특히 단순하게 명의만 빌려주는 기존의 금융리스가 아니라 차량 구입에서 유지 및 관리 등에 관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인터넌스(Maintenance) 리스’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권은 현재 전체 차량판매의 0.3% 정도(약 1,500억원대)에 불과한 오토리스 시장이 메인터넌스 리스의 확산과 함께 내년 말까지는 10배 이상 늘어난 1조5,000억원 대로 급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인터넌스 오토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차에 대한 유지 및 보수를 전문가(리스회사)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
매월 정해진 이용료만 지불하면 차 값뿐만 아니라 정비, 보험, 정기검사, 자동차세, 사고처리 등 자동차 유지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리스업계 관계자는 “메인터넌스 오토리스 상품이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소비층은 차량수요가 많은 일반 법인뿐 아니라 2~3년 간격으로 차 모델을 바꾸는 신세대 자동차 마니아도 포함된다”며 “소득 수준의 향상과 함께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이용위주로 바뀌면서 리스가 다시 각광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