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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대성그룸 대구도시가스계열 김영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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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대성그룸 대구도시가스계열 김영훈 회장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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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의 대구도시가스 계열을 거느린 김영훈(金英熏ㆍ50) 회장에겐 재벌 2세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튀는 이미지가 없다. 1988년 선친이자 창업자인 고 김수근(金壽根)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경영에 참여한 그는 회사를 대물림한 후에도 항상 자신은 오너이기에 앞서 전문경영인(CEO)이라는 자세를 다져왔다.그는 30대초반에 이르기까지 ‘경영수업’ 대신 신학에, 신학 이전에는 행정ㆍ경제ㆍ경영학에 몰두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섭렵했다. 서가를 연상시키는 사무실, 책상 뒤 벽에 히브리어와 영어로 새겨 건 성경 귀절은 젊은 시절 그의 지적 욕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이 같은 다양한 경력이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라고 말한다. “경영은 한편으로 신학을 현실에 반영하는 일입니다. 신을 상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원리이자 자율ㆍ신뢰경영을 가능케 합니다. 황제경영을 견제하는 또 다른 원리인 셈이죠.”

일반인들은 ‘대성그룹’하면 아직도 연탄, 탄광과 함께 내실경영을 떠올린다. 50년 넘는 외길 에너지 사업과 탄탄한 재무구조로 환란 때는 롯데 태광산업과 함께 불황을 모르는 3총사로 꼽혔고, 세계적인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로부터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은행 및 기업의 인수하자는 러브콜도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고 김 명예회장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헤지펀드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경영에는 조류가 있는 법. 최근 김영훈 회장은 “전통적인 사업고수 전략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물려 받은 기업을 지키려는 한우물파기 본능에서 벗어나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제 2의 창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성이 3개 소그룹으로 분리되기 전 그룹의 중장기 프로젝트(EC스퀘어)를 챙겨온 그는 에너지사업이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한 연계사업군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해 선친의 뜻과 꿈을 실현할 생각이다. EC스퀘어에는 에너지 환경 정보통신 건설과, 촉매역할을 할 금융사업이 포함돼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이 제3의 물결을 이뤘고, 여기에 에너지가 접합되면 제4의 물결이 출렁일 것입니다.” 시장 장악력이 높은 ‘라스트 원 마일(Last One Mile) 사업인 도시가스는 단순 연료사업에 머물지 않고 전기, 연료전지, 금융(빌링), 유통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9개 계열사도 이 같은 구상아래 네트워크가 짜여졌고, 우선 기업군이 갖춰진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부문에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방문한 것도 그의 구상에 큰 도움이 됐다. 향후 세계경기를 낙관하는 그는 지금이 기업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 계열 창투사인 바이넥스트 하이테크를 통해 인큐베이팅 역할의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 4월 한국도시가스협회장에 선출된 그는 붕괴된 지방경제를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도시가스업체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구상을 ‘경사(傾斜) 발전론’이라고 이름 붙인 그는 “우선 대구경제 활성화를 위해 뭔가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또다른 열정을 쏟는 것은 동남아시아의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운송하는 5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추인받은 이 사업에는 화교자본을 비롯 아시아권 10대 재벌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세계 10대 자원국인 몽골의 자원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칭기즈칸에 대한 지식도 해박해 몽골대사를 놀라게할 정도다.

김 회장의 취미는 국궁. 매년 육사궁도 대회를 지원하고, 자택에 주살대를 설치해 매일 20순(1순은 5발)을 쏜다. 정신을 통일하고 과녁을 향해 잠시 대기하는 ‘지수’와 반발력을 이용해 화살을 쏘는 ‘발시’의 과정이 순간에 집중하고, 물러서서 점검한 뒤 맹렬히 추진하는 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는 ‘국궁 경영학’도 눈길을 끈다. 만혼인 그의 장인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김영훈 회장은 누구

▲1952년 대구출생

▲71년 경기고, 75년 서울대 법대 졸업

▲81년 미 미시간대 법학석사ㆍ경영학석사(MBA), 81~83년 씨티뱅크 서울사무소 근무

▲87년 미 하버드대학원 신학석사

▲88년 대성산업 상무, 90년 대성그룹본부 상무, 2000년 대성산업 대표이사 사장

▲현재 대성그룹 대구도시가스계열 회장

▲전경련 상임이사, 한몽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충정로로터리클럽 초대회장,

▲부인 김정윤씨와 1남2녀

■대구도시가스계열 어떤 회사

대구도시가스계열은 대성그룹 창업주인 김수근 명예회장이 2001년 2월 타계하면서 분할된 3개의 소그룹 중 하나다.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산업계열,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계열(SG그룹), 그리고 3남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의 경영을 맡고 있다.

그룹분할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원로들의 중재로 현재는 원만히 해결된 상태다. 그룹 전체는 총회장을 공석으로 두고, 2세들이 소그룹 회장을 맡아 각기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구도시가스계열은 대구도시가스㈜ 경북도시가스㈜를 비롯 한국케이블TV 경기방송, R&R리모델링(건축) 시나이미디어(SIㆍNI) 글로리아트레이딩(의류) DICE연구소(환경) 바이넥스트(금융) 대구TRS(정보통신) 등 9개 계열사를 두고, 비아이지(바이오) NETGEO(보안)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 매출은 약 6,000억원 수준이나, 안정된 수익원인 도시가스를 기반으로 사업다각화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50년 한우물 기업에서 탈에너지를 선언한 ‘EC스퀘어 프로젝트’를 위해 6월 창투사 바이넥스트 하이테크를 인수, 500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했고, 환경ㆍ건설도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상태다. 그룹 모토인 내실경영에 ‘첨단’을 가미하는 형태의 다각화는 김영훈 회장의 대외활동에 가속이 붙으며 더욱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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