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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실험주의 연극 '검은 수사' / 허공에 뜬 무대...철학세계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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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실험주의 연극 '검은 수사' / 허공에 뜬 무대...철학세계로 안내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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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혁신적인 러시아 연극 한 편이 LG아트센터에 올라간다. 30일부터 9월 5일까지 공연될 안톤 체호프 원작, 카마 긴카스 연출의 ‘검은 수사(修士)’다.무대는 어둠 속 허공에 떠있다. 2층 발코니 공간에 덧댄 좁은 플랫폼에서 연극이 진행된다.

2000년 발표되자마자 러시아 연극계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 작품을 초청하기 위해 LG아트센터는 1,200석의 객석 중 1,000석을 포기했다. 1층과 3층을 모두 비운 채 2층의 200석만 객석으로 개방한다.

원작은 단편소설이다. 줄거리는 환상적이고 음울하다. 촉망받는 젊은 학자 코브린은 어느 날 산책길에서 1,000년만에 나타난다는 전설 속의 검은 수사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불가사의하고 철학적인 문제를 논한다.

이 만남에서 자신이 선택받은 천재라는 확신을 갖게 된 코브린은 영감과 행복에 넘치지만, 선택받은 천재의 특별한 삶은 그를 파멸과 죽음으로 이끈다. 천재성과 광기 사이의 늪에 빠져 고뇌하는 그의 비극은 천재와 범인,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저항하는 한 인간의 드라마다.

경계라는 극한상황에서 그가 겪는 자아분열은 인간 실존의 본질을 드러내면서, 깨어진 거울 조각처럼 코브린과 극중 주변 인물을 찌르고 관객을 자극한다.

카마 긴카스(61)는 발레리 포킨과 더불어 러시아 실험주의 연극의 거장으로 꼽히는 연출가. 대담하고 충격적인 공간 연출로 유명하다.

검은 수사는 관객의 예측을 깨고 눈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가 발코니 아래 어둠 속으로 뛰어내려 사라지기도 하고, 갑자기 저 먼 아래 층 무대의 암흑 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극중 코브린의 후견인이 온갖 정성을 다해 가꾸는 꽃밭은 무성한 공작새 깃털로 간단하게 처리된다.

체호프는 ‘갈매기’ ‘벚꽃동산’ 등 많은 걸작 희곡을 남겼지만, 긴카스는 특이하게도 그의 희곡이 아닌 소설로 무대작업을 해왔다.

1997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각색한 연극 ‘K. I. From Crime’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연출가의반열에 올라섰으며 줄곧 셰익스피어와 러시아의 대문호 체호프, 푸시킨, 도스토예프스키에 매달려왔다.

‘검은 수사’는 총 7회(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6시) 공연한다. 매회 200석으로 한정된 객석은 현재 80% 이상 팔려 매진이 임박했다. 러시아어로 공연하며, 관객에 한국어 동시통역 청취기를 제공한다. 예매 www.lgart.com (02)2005-100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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