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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인사청문회의 파생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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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인사청문회의 파생효과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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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 국무총리 지명자의 국회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조만간 새 후임 총리 지명과 인사청문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청문회(hearings)는 기대에 비해 아쉬움도 컸지만 적어도 지명자의 육성으로 관련 내용을 ‘듣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수많은 국민들은 TV 등을 통해 지명자와 참고인, 특위 위원들의 질의응답을 청취했다. 그리고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인준 여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힘으로써 위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지명자에게 돌아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나자 여야는 임명동의안 부결을 방조했다느니, 형식적인 자유투표였다느니, 총리 부재로 인한 국정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느니 하면서 책임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애써 구축해 온 청문회 제도 정착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물론 임명동의안이 힘겨루기 식으로 다루어져 무더기 부결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임명동의안이 100% 가결된다면 그 또한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사청문회(인준청문회)가 200여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나름대로 불문율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청문회 준비과정은 치밀하고 진행과정은 혹독하다. 그러나 청문회를 견디지 못한 지명자가 중도에 사퇴할지언정 가결이든 부결이든 의회의 결정을 행정부와 지명자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단 인준에 통과한 공직자는 청문회에서 불거진 사안을 야당이 다시 문제삼지 않고 불문에 붙이는 예의를 보였다.

지금처럼 자유투표의 결과를 놓고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정쟁의 실마리로 삼는다면 청문회를 중단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청문회는 국가의 막중 대사를 맡을 고위직 관료의 품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이지, 당리당략을 위해 지명자들의 사생활을 무작정 노출시키고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한 인민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임기중인 대통령의 지지도와 의지가 청문회 결과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클래랜스 토마스는 미 역사상 가장 요란한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물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40대의 유일한 흑인 대법원 판사라는 명분있는 지명자였지만 성추문 문제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토마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한 여성교수가 등장하면서 청문회장은 성추문 조사장으로 돌변했다. 그러나 토마스는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했으며 걸프전의 승리로 국민의 신임을 받았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더해져 인준에 성공했다.

향후 여야는 청문회의 결과를 두고 소모적인 정쟁을 할 것이 아니라 인준청문회의 부족한 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더욱 합리적인 청문회 모델을 구축하는데 고심해야 할 것이다.

사전 조사 및 청문회 기간의 연장, 정부와 금융기관의 조사 지원, 지명자와 참고인의 위증 제재방안 등의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청문회는 그 자체보다는 청문회로 인해 일어나는 파생효과의 위력을 간과할 수 없는 제도다. 인사청문회만이라도 제대로 정착된다면 한국 정치는 새롭게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혈연, 학연, 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관행이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에 임명했지만 혈연에 연연한 인사시비가 없었던 것은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향후 총리나 장관 같은 고위직 관료가 되기 위해 꿈을 품고 있는 선량들과 그 친인척들이 더욱 청렴하고 모범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것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부지불식간에 자행되어온 범법행위와 윤리문제에 대한 생생한 잣대가 돼 국민의 준법의식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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