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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평화'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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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평화' 움튼다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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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질병, 끊이지 않는 유혈 분쟁으로 고난에 찌든 아프리카에 모처럼 평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최근 1주일 사이 아프리카 3대 분쟁 지역으로 꼽히는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수단이 잇따라 평화 협정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내전을 치르는 부룬디에서도 3일 반군이 전격 휴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최근의 아프리카연합(AU) 출범과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은 화해 분위기는 경제난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잇따르는 종전ㆍ휴전 선언

무려 27년을 끌어 온 아프리카 최장 분쟁인 앙골라 내전은 반군 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이 2일 군대를 해산하고 무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완전 마감됐다.

포르투갈 독립 직후 경제 문제와 이데올로기 차이로 벌어진 내전은 좌익 세력 견제를 위해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고 옛 소련과 쿠바 등이 정부군을 지원하는 국제전 양상까지 띠었지만 2월 반군 지도자 조나스 사빔비가 숨진 뒤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아프리카 중동부 소국 부룬디의 후투족 최대 반군인 자유수호군은 6일로 예정한 정부군과의 평화 회담을 앞두고 3일 휴전을 선언했다. 1993년 소수 민족인 투치족이 첫 민선 대통령이던 다수 후투족 출신 대통령을 암살하고 집권하면서 촉발된 내전으로 그 동안 20만 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5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4년 간 끌어 온 중부 콩고민주공과 르완다 분쟁은 지난달 30일 평화협정 서명으로 총성을 멈췄다.

르완다가 반군 지원을 이유로 콩고민주공을 침공하자 주변국들이 이해에 따라 적극 개입하면서 ‘아프리카 1차 대전’이라 불릴 격전을 치른 양국은 ▦콩고 내 르완다 반군의 송환 ▦르완다 군 철수 합의로 끝을 냈다.

앞서 수단에서는 27일 오마르 엘 바시르 대통령과 반군인 수단인민해방군 지도자가 내전을 종식하고 투표를 거쳐 남북을 기독교-이슬람 정권으로 분리 독립시키기로 합의했다.

◆ 국제사회와 AU의 노력이 주효

주요 분쟁 타결에는 아프리카 주요국 지도자들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선진국들은 평화 협정을 조건으로 최근 2년 사이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 지원과 무역 장벽 완화 등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유엔이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국경 분쟁 해결에서 실현한 것처럼 각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려는 노력도 도움이 됐다.

실제로 콩고민주공과 르완다 분쟁에는 세계은행이 평화협정 서명을 조건으로 콩고에 4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미국 역시 국무부 차관보를 파견해 회담 성사를 도왔다. 수단 내전에도 미국은 전 상원의원 존 댄포스를 특사로 파견해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룬디 내전 해결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기여했다.

아프리카의 국가 간 분쟁과 내전 지역이 1999년 각각 7곳, 11곳에서 지난해에 6곳, 8곳으로 줄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도 99년 6만 7,000명에서 지난해 2만 1,000명으로 감소했다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통계는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대체하며 지난달 출범한 AU를 중심으로 지역 분쟁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제 부흥을 위해 평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데다 지도자들은 평화 노력이 유명무실했던 OAU와 차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분쟁 재발 가능성은 여전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 분쟁국들의 평화 협정 유지는 살얼음 걷기나 마찬가지다. 정부군이 거의 완전한 힘의 우위를 확보한 앙골라 경우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분리 독립이라는 목표를 정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이긴 하나 수단의 앞길은 험난하다. 석유자원이 남부에 대부분 묻혀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보다는 국토를 어떻게 분할하느냐가 사실 더 큰 문제다.

콩고의 상황은 더 어렵다. 유엔의 지원을 받아 르완다 반군을 무장 해제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콩고민주공의 약속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쉽게 깨졌다. 르완다군 역시 석유나 다이아몬드 이권 때문에 점령한 콩고 지역에서 말대로 물러나기가 쉽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 호에서 아프리카 분쟁은 종족 갈등이 아니라 경제 이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원인이며 궁극으로 경제난을 해결하지 않으면 평화 합의는 언제 깨질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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