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화수동 화도진도서관에는 인천에서 유일한 시각 장애인실이 있다. 13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각종 정보와 점자(點字)도서 등이 가득한 이곳은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세상으로 향하는 밝은 창문이다.1988년 개관 이후 이곳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황숙경(黃淑京ㆍ40ㆍ9급 사서직)씨. 그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달라 ‘시각장애인의 대모(代母)’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도서관리업무 이외에도 집에서 일반서적을 점자로 변환하는 점역(點譯) 작업과 점자도서와 녹음(錄音)도서를 직접 만드는 작업을 10년 이상 계속 하고 있다.
그가 점자도서 제작 등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신체의 일부분이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도서관 곳곳에는 그가 직접 제작한 각 분야의 점자ㆍ녹음도서가 자리잡고 있다. 이 도서관의 점자도서(2,821권)와 녹음도서( 3,078권) 중 10% 정도는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된 것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95년부터 도서관내에 장애인상담실을 개설한 그는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들과의 일대일식 대화를 통해 용기를 북돋고 있다.
그의 정성이 알려져 최근 이 상담실에는 수도권일대 장애인들의 방문이나 전화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은 그냥 들어만 주어도 힘이 되고 고마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속에서도 장애인과의 함께하는 삶을 실천해 왔다. 대학 때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수화와 점자를 배워 한국맹인복지회, 장애인협회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자인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도 봉사활동을 통해서였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다 실명한 지금의 남편과 3년 여 동안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로서의 만남을 계속한 그는 당시 남편의 장애인답지 않는 적극적 인생관에 감동을 받아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황씨는 “장애인 용 전문도서관등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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