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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리는 '카드 신용불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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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리는 '카드 신용불량자들'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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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빚은 탈출구없는 미로다.주부 오모(37)씨는 이혼위기에 처해 있다. 올 초 남편(39) 몰래 신용카드를 만들어 명품 옷 몇 벌을 구입했다가 빚이 순식간에 700만원으로 불었다. 마침 남편 실직으로 빚을 갚을 길이 없던 오씨는 노래방 접대부로 윤락행위를 하다 남편에게 발각됐다. 오씨는 “단란했던 가정이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리던 대학생 김모(23)씨는 올 초 “월 7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는 여권브로커에게 속아 일본의 호스트바에 취업했으나 몇 달 동안 임금 한 푼 받지 못한채 여권마저 빼앗겨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했다.

여대생 민모(21)씨는 신입생 때 쓴 카드 때문에 서울 강남 룸살롱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다. 매달 불어나는 연체이자를 감당 못해 부모님에게는 고시공부를 한다고 속이고 학교를 휴학, 접대부의 길로 들어섰다. 민씨는 “카드빚 청산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흐느꼈다.

‘신용카드 연좌제’도 신용불량자 가족들을 옥죄고 있다. 사용자가 대금을 갚지 못한 경우 부모형제는 물론 시집간 딸에게까지 빚독촉이 날아가기 때문. 지난해 말 사업실패로 재산을 탕진한 이모(58)씨는 시집간 딸(31)을 볼 낯이 없다. 자신의 남은 빚 600여만원을 갚으라는 카드사의 종용에 딸이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36)씨도 자신이 진 카드 빚 독촉에 시달린 형수가 심장병 증세까지 보여 형제들 사이에서도 외톨이가 됐다.

결국 신용카드빚에 내몰린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은 사채시장. 하지만 사채업자의 사탕발림에 잘못 손을 내밀었다가는 더 큰 고통을 안고 절망의 나락에 빠지기 십상이다.

경마에 빠져 1,000여만원의 신용카드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 명단에 오른 이모(41ㆍ회사원)씨. ‘카드 빚 대납’ 이메일을 보고 인터넷 사채업자에게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가 빚이 두배로 늘었다. 연체금을 갚아준 사채업자가 이씨의 카드로 2,000만원의 물품을 구입하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용불량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마저 쫓겨나야할 처지”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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