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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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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달러 환율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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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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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예측은 일반적으로 일기예보보다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외환 전문가들이 최근 이구동성으로 달러 호황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달러화는 1980년부터 5년간 강세를 지속하다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누적을 해소하기 위한 1985년의 프라자 협정이후 약세로 반전하여 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 후 1995년부터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전환하여 7년 동안 세계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통화의 위치를 향유하였다.

미국은 1997년 이후 막대한 국제수지 적자를 감내하여야만 했고 지난 3년간의 적자 규모는 매년 미국 국내총생산의 4%를 넘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 이후 달러 강세는 세계경제에 있어 미국 경제에 대한 상대적 매력의 반영이었다.

외국 투자가들은 미국의 주식 매입과 건물, 공장에 대한 직접투자를 통하여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충당해 주었다.

특히 월가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투자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었다. 월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달러를 구입해야만 한다. 이렇게 유입되는 투자 자본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발생된 자본수입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에 달러는 호황을 누렸다.

해외 투자가들은 그동안 월가의 상황을 환상이라 판단하게 되었고 주가지수가 하락함에도 달러의 강세는 놀라울 정도로 유지되었다.

이는 미국경제에 대한 투자가들의 믿음과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매력이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외국 투자가들은 일단 주식대신에 회사채 매입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 결과 달러 강세는 주식시장의 호황보다 2년 더 지속되었다. 나스닥이 2000년 3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에 달러 강세는 금년 2월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그러면 무엇이 달러 약세의 결정적 요인인가?

단순히 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외국으로부터 자본유입이 중단된 것이다. 미국의 채권시장도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한 경제분석가의 산출에 의하면 미국의 대외 순채무가 2006년에 5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것은 미국의 국내총생산의 46%에 해당한다. 반면에 1997년 미국의 대외 순채무는 국내총생산의 13%이었다.

이 계산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경상수지 적자를 50% 축소하기 위해서는 30%의 상품 및 용역의 수출 증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달러 가치의 43% 평가절하가 요구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써 최근의 달러 약세가 미국으로부터 자본을 역류시킨다고 결론 지을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은 거의 세계의 모든 주식 및 채권 시장들이 미국의 월가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금년에 세계 주요 주식시장들의 지수하락은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현재 외국인들은 미국 주식의 11%, 회사채 21%, 그리고 미국 재무성 발행 국채 36%를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로 볼 때 시장에서 달러화의 약세로 야기되는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은 당연할 것이다.

계속되는 미국의 해외 자본수입 수요는 미국의 매우 낮은 저축률과 연계된다. 미국의 저축률은 1980년 12%에서 2001년 초에 1%미만으로 하락하였다. 그 원인은 많은 미국인들이 그 동안 주식보유와 부동산을 통한 자산증가를 저축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본수입수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해외 투자가들의 호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달러 약세는 일차적으로 엔론, 월드컴과 같은 미국거대기업의 회계부정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로부터 야기되었다.

이것은 달러 환율이 최근 월가와 동조현상을 보이는 데서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날 달러 환율은 다시 견고해질 것이다.

따라서 달러 환율 안정의 열쇠는 월가 스스로에게 있다. 만약 미국 기업들이 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성장을 이윤증가로 연결하는데 성공하면 달러는 매우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전개되고 있는 월가의 상황을 볼 때 미국 기업들의 회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리라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현 여건이나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특수한 위치를 고려할 때 달러 환율의 급격한 추락은 없을 것이다.

/김종인 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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