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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보이지않는 '지구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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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보이지않는 '지구의 주인'

입력
2002.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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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한 움큼 잡아보세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지금 손아귀 안에는 수천 개의 미생물이 있어요. 지구상 모든 생물의 중량을 합치면 3조톤인데 그 중 60%가 바로 미생물이죠. 무궁무진한 연구재료입니다.”1일 대전 대덕단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관 3층 미생물유전체 연구실은 최근 발족한 과학기술부 프런티어사업 과제 준비를 위해 바쁜 모습이었다.

박테리아, 고(古)세균, 곰팡이 같은 맨눈이나 일반 현미경으로 잘 볼 수 없는 미생물을 찾아내고, 그것의 유전자지도를 그린 뒤 각 유전체의 기능을 분석, 산업에 활용 가능한 부분을 찾는 일이 이 곳의 주요 업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연구에 매달리는 이들에게 미생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작은 것이 아름답다

“미생물 연구는 연구 효율성이 높고,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데 매력이 있다.” 미생물유전체 연구실 송재준 박사의 설명이다.

미생물을 이루는 염기쌍은 100만~400만 개. 인간의 염기쌍이 30억개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숫자다. 최근 게놈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정도의 염기쌍은 하루 정도면 분석이 끝난다.

유전자 수도 인간이 3만 5,000개 내외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할 때 미생물은 그 10분의 1인 3,000~5,000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분석이 쉬운 편이다.

미생물은 또 유전자 수는 많지 않은 데 비해 이 유전체의 25%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라는 점도 연구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특히 화산, 심해 등 지구의 어떤 극한환경에서도 살아 남았기 때문에 이들의 생존방식을 연구한다면 생명의 원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견해다.

또 미생물의 염기서열과 기능을 파악해 효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식품, 의약품의 대량생산이나 질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미생물 개체 수가 15분에 2배로 늘어나는 놀라운 성장력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는 540억 달러. 2010년이면 2,5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미생물 제품과 관련된 시장은 올해 152억 달러에서 8년 뒤에는 5배가 늘어난 7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미생물유전체 활용기술개발사업단 오태광 단장은 “돈도 돈이지만 연구 가치도 높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과 통하는 부분이다. 적당한 수의 염기쌍과 새로운 유전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연구자들에게는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 미생물 게놈 연구 방향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진행에 발맞춰 미생물 게놈 분석연구도 진도가 빠른 상황이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93개의 미생물 염기서열이 해독됐다.

국내에서도 알코올 발효균인 지모모나스 모빌리스, 산업용 숙신산을 생산하는 맨하이미아 55E, 위장 장애 유발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등 4~5개의 유전자지도가 완성됐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연구 과제는 성문희 박사팀의 ‘심비오박테리움 퇴비’라는 미생물 연구분야다.

심비오박테리움 퇴비는 미생물유전체연구실이 96년 충남 공주시 한 농가의 퇴비에서 찾아낸 희귀한 공생 미생물. 심비오박테리움 퇴비도 지오바실러스 퇴비라는 다른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두 미생물의 공생관계를 밝혀내고 심비오박테리움 퇴비의 단독 배양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348만개의 염기쌍이 있다는 게놈 분석을 마쳤다. 성문희 박사는 “공장 폐수, 폐가의 화장실, 썪은 양배추밭 등 미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이제 남은 과제는 희귀 미생물 속에서 유용한 효소를 찾아내 실제로 산업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공학연구원 박승환 박사는 보리뿌리에 기생하면서 참깨 오이 등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병을 막아주는 미생물 ‘패니바실러스 폴리믹사’(Paenibacillus polymyxa) 연구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현재 95% 이상의 유전자지도 작성을 마쳤고, 곧 기능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다른 연구팀에서는 지능 미생물인 효모 연구가 한창이다. 바야흐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길을 찾고 있는 선지자들의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심비오박테리움 퇴비(symbiobacterium toebii)

미생물의 생존방식은 대개 홀로 살아가는 것과 공동으로 살아가는 것(공생) 두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존재가 알려진 약 5%의 미생물은 대부분 혼자서 살아가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나머지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과 공생하거나, 다른 미생물에 붙어 기생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 심비오박테리움퇴비는 지오바실러스퇴비라는 다른 미생물이 존재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호공생 미생물이다.

섭씨 6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잘 자라 열에 강한 효소자원으로 연구 대상이 됐다. 특히 지금까지 발견된 미생물이 대부분 단독 생장방식인 것에 비해 이 미생물은 공생방식임이 입증돼 희귀 미생물로 간주되고 있다.

대전=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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