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호황 기대로 경영실적을 상향 추정했던 증권사들이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익 전망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미국경제의 ‘더블 딥(이중바닥)’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환율불안 등으로 수출회복이 더디고 내수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그동안 부풀렸던 이익 전망치를 앞다퉈 낮춰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기업가치 저평가 메리트를 크게 상쇄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대신경제연구소는 4일 포스코의 경우 국제 철강재 판매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예상 매출액을 당초보다 4% 하향한 11조9,39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5.5% 줄어든 1조8,623억원으로 각각 수정했다. 문정업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국내 철강재의 출하 증가율도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증권은 이날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들의 추정실적을 대거 낮춰잡았다. 최대식연구원은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해 현대차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당초 예상보다 각각1.1%와 4.4% 하향 조정하고 주당순이익(EPS)도 8,206원에서 7,711원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굿모닝신한증권은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1,627억원으로 당초 전망보다 3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순이익 예상치도 2,820억원으로 19.6% 낮췄다. PC와 휴대폰 부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예상 실적을 낮춰 잡은 이유였다.
기업들의 실적추정 하향이 잇따르면서 국내 증시가 ‘대세하락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윤수 상무는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5.2% 하향했고 내년은 10.3% 하향했다”며 “현 상황은 주가가 오르기보다는 떨어지는 쪽의 추세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연구원은“화장품 은행 식음료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유통 가전ㆍ컴퓨터자동차 조선 제지 화학등 대부분 기업들의 8월 기업이익 전망치가 7월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동원증권도 거래소상장사 134개사와 코스닥기업 47개사의 올 매출액 증가율을 기존 추정치보다 0.5%포인트 낮추고, 영업이익 증가율도 5.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7월에 기업이익수정비율이 크게 악화, 앞으로 기업실적 컨센서스의 하향조정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주가모멘텀이 아래로 꺾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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