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팔이 -권혁웅-
그가 돌아왔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그는 역시 고수였다 오른손만으로 빠르게 붕어를 잡아서 굽고 뒤집고 석쇠 위에 올렸다 봉투에 담아 가는 일은 셀프 서비스였지만, 그가 손을 쓰면 죽은 붕어와 흘린 단팥이 시산혈해를 이루곤 했다
그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까 두려웠다 소매 끝에 숨은 갈고리가 차가운 빛을 뿜곤 했다 그가 두고 온 왼손이 지금도 주인을 찾아 월남의 밀림을 헤매고 다닌다는 말도 있었다 시장을 지나갈 때마다 목덜미가 서늘했다
검은 두건을 쓴 단속반은 떼로 몰려다니며 상대방을 급습하곤 했다 중과부적이라는 말이 있다 터진 밀가루 부대에서 가루가 날리듯 그는 흩어졌다 이런 비겁한…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시인의 말
요즘은 상이군인들을 자주 보기 어려워졌다. 내가 어렸을 때, 그들은 강호에 출두한 절정고수가 아니면 후크 선장이었다. 어느 것이나 마음을 붙이면 다 그리운 거다.
■약력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저서 ‘한국 현대시의 시작 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등 ▲현대시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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