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둘 달린 송아지’는 맹목적인 사회주의 생산 체제를 비웃을 때 흔히 인용되는 얘기다.사회주의 국가의 한 유전학자가 육종(肉種) 개량 연구를 하다 실수로 머리 둘 달린 송아지를 만들어 내고도 “당에서 소 숫자를 머릿수로 계산하니 대량 생산에 성공한 셈”이라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꼬집는 우스개 중에는 못 이야기도 있다. 국가가 못의 생산 목표량을 무게로 계산하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큰 못만 생산되고, 갯수로 정하면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작은 못만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심각한 물자부족과 생산성 저하로 허덕이던 북한이 지난달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식 시장사회주의의 도입’이라는 분석과 물자 부족에 따른 ‘중앙 통제식 계획경제의 수정’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사자인 북한은 지난 주 서방 외교관들에게 이번 조치가 사회주의의 후퇴나 시장경제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제개혁이 물자 부족과 재정 파탄에서 비롯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급제의 변화와 시장가격의 현실화가 그 증거다. 배급제는 북한의 체제를 유지하고 주민을 통제해 온 핵심 수단이었다.
주민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배급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북한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성공하려면 대외지원 확대를 통한 자본축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동원할 자본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유일하게 기댈 곳은 남한에 남아도는 쌀이다.
남북대화를 서두르고 북미회담에 목을 매는 배경에는 배급제를 포기할 정도로 절박한 경제 사정이 숨어 있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경제 실험에 성공해 머리 둘 달린 송아지를 낳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창민논설위원 cmlee@hk.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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