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벤처 붐'을 타고 사업을 확장해 온 유명 벤처기업들이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등 과거 재벌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공정위는 2일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101개사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해 9개 벤처기업집단 소속 11개 회사가 17개 계열사에 275억원 어치를 지원성 거래를 통해 부당 지원한 사실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5억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적발된 업체는 인터파크(부당지원금액 25억원) 한국정보공학(2억7,400만원) 한글과컴퓨터(2억2,800만원) 오피콤(1억9,200만원) 다음커뮤니케이션ㆍ다음솔루션(1억8,600만원) 로커스ㆍ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1억2,100만원) 유비케이(8,100만원) 삼지전자(5,700만원) 터보테크(1,300만원) 등이다.
이 가운데 다음커뮤니케이션ㆍ다음솔루션, 오피콤, 터보테크 등은 계열사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고 무이자 또는 저리, 이자감면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오다 적발됐다. 또 한글과컴퓨터,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등은 재무상태가 불량한 계열사에 예금담보를 제공해 금융회사에서 저리 대출을 받도록 지원했으며, 로커스 유비케이 등은 부동산을 저가에 임대하거나 상품 거래과정에서 납품대금을 늦게 받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이익을 줬다.
한국정보공학은 자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 무형의 재산권을 계열사에 무상으로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파크는 다른 업체와 달리 계열사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지원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1999년5월 대표이사인 이기형씨에게 시가 2만원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만주를 절반 값인 주당 1만원에 매각해 25억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것.
공정위는 이 회사의 위반내용이나 금액을 감안할 때 산출과징금이 17억5,000만원에 달했으나 법정 과징금 상한선이 2000년4월1일 이전에는 과징금 대상 매출액의 2%여서 2,7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장항석 공정위 조사국장은 “벤처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재테크와 과다 차입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이 문제로 지적됨에 따라 벤처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조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업계에서 의혹을 받아왔던 몇몇 벤처기업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공정위는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372개 중 지분율 10% 이상인 관계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대기업의 출자회사, 금융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기업 등 101개 업체를 조사했으나 나머지 업체들은 기술적인 어려움 등으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서울고법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에게 삼성SDS가 BW를 헐값 매각했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매긴 공정위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한 바 있어 인터파크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SDS 사건은 현재 공정위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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