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안중면 주민들은 까닭모를 높은 암 발생으로 죽어갔다. 주민들은 그래서 18년 전 세운 산업쓰레기 소각장을 의심하고 평택시에 원인규명을 요구했다. 시의 의뢰로 민간단체인 시민환경연구소 조사팀이 6개월간 지역주민 건강조사를 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암환자 가족을 포함한 주민 10명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다른 지역의 3~5배에 달한 것이다.다이옥신은 익히 알려졌듯이 대표적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의 측정단위는 피코그램(pg=1조분 의 1g)이다. 1pg은 660대의 물탱크에 한 방울의 다이옥신을 희석한 양이다. 현대과학이 아니고는 측정이 불가능한 극소량이지만 그 독성은 대단히 강하다. 이번 조사대상이 된 주민의 혈중 평균 다이옥신 농도는 53.4pg이었다고 한다. 암발병 환자에게서는 92.3pg까지 검출됐다. 우리나라에서 검출되었던 다이옥신 농도 중 제일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극심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은 내분비 교란 작용으로 판명되었다. 특히 생식질서를 파괴하여 새로 태어나는 2세에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을 일으킨다. 1990년대 미국에서 출판된 ‘도둑맞은 미래’는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일깨웠고 각국의 산업 쓰레기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환경호르몬 문제는 지자체 차원의 대응 보다는 범정부적 관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보다 광범한 역학조사와 지하수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높은 다이옥신 농도가 암 발병의 개연성을 말해주지만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 정부 지자체 의료계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도 냉정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다이옥신의 발암여부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한곳의 문제로 끝날 사안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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