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교과서의 전ㆍ현 정부에 대한 편향 기술 논란으로 정치권에서 국정조사 실시주장과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겉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이번 교과서 파동의 본질은 교과서 집필자와 검정위원들이 의도적으로 현 정부를 미화ㆍ찬양했느냐가 아니라, 문제점이 드러난 교과서 검정제도를 개선ㆍ보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일부 교과서의 경우 전ㆍ현 정부에 대한 편향 기술로 공정성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교과서 집필자나 검정위원들의 ‘의도성’이 개입됐다기 보다는 당대 정부를 기록하는 오랜 역사교과서 제작 관행을 수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역사교과서 제작방식의 원천적 문제는 임기가 끝나지 않은 당대 정부의 업적을 서술하는 데서 비롯된다”면서 “차제에 ‘역사교과서는 정권의 홍보수단’이라는 오해를 낳지 않도록 역사기술의 시기적 범위를 최소한 당대 정권 이전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 김대중 정부 뿐아니라 이전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역대 정부에서 만들어진 역사교과서도 한결같이 당대 정부의 치적을 부각시켜 왔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일영(金一榮) 교수는 “역사는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역사학에선 현대를 잘 다루려 하지 않고 근ㆍ현대사는 주로 정치학 분야에서 다뤄지고 있다”면서 “역사교과서에 현 정권 부분을 기술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굳이 다루려면 각 정권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에 참여한 한 위원은 “나는 학자적 양심과 2세들을 위한 올바른 교육에 대한 신념으로 검정했다”면서 교과서 집필에는 5~6명이 참여하는 데다 검정위원도 10명이나 되는 데 정치권의 주장처럼 정권 핵심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교과서를 왜곡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과서 제작여건에 대한 문제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검정위원은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너무 영세하다 보니 완성본으로는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인물과 사진자료, 연도 등에서 틀린 부분이 적지않게 발견돼 이에 대한 보완책이 요구된다”며 “검정 가이드라인도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좀 더 정치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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