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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무역협상 전권 보유

입력
200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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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 가속도가 붙은 경제블록화, 3년 남은 뉴라운드 협상. 이처럼 산적한 대외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백지 위임장’을 맡겼다.1일 미국 상원은 하원에 이어 대통령의 국제무역협상에 전권을 넘겨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무역촉진권한(TPA)’ 법안을 통과시켰다. 64대 34대로 통과된 이 법안은 이달 초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영국의 BBC방송은 1일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취임 이후 줄기차게 행정부의 무역권한 강화를 주장해 왔던 부시 대통령의 오랜 기다림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최근 미국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무역협상 주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 의회에 법안 통과를 강도 높게 요구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표결 후 상원 지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고 치하하면서 “이번 법안으로 우리는 미국의 번영은 물론 전세계 자유와 진전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맥스 보커스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국제사회에 미국이 국제 무역에 관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는 길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세계 통상질서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일 TPA 통과로 미국은 당장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게 됐다고 전했다.

주로 양국간 이루어지는 FTA는 다자간과는 달리 시간과 노력이 덜 들고 이해관계가 떨어지는 나라끼리 통상협력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미국은 의회에 발목이 묶여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TPA 통과로 당장 칠레와 싱가포르와의 협상에 급진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TPA에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이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215대 212의 근소한 표차로 통과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민주당은 시장개방이 가져올 수입급증과 실업, 환경악화 등 부작용을 우려해 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TPA의 법안 갱신 요구조차 단호히 뿌리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에는 TPA에 노동자 권리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TPA에는 미 무역 협상팀에 대해 노동자 권리와 환경 보호 문제를 주요 협상 목표로 삼도록 하고 국제 교역으로 수입이 줄거나 실직한 미국 노동자에게 연금과 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상을 받도록 하는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TPA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TPA를 발동할 현안은 없지만 무역확대를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등 품목별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도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강문성(姜文盛) 미주팀장은 “미국의 통상정책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미국 의회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2005년이 기한인 뉴라운드협상에서 미국이 국제통상의 원칙에 맞게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무역촉진권한은

무역촉진권한(TPA)은 의회가 갖고 있는 대회통상 협상권을 행정부에 넘겨주는 것이 골자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대통령이 협상의 전권을 갖고 통상 협상을 벌인 다음, 협상 내용에 대해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도록 하는 형태다. 의회는 가,부결권한만 가질 뿐 협상 내용을 수정하지는 못한다.

1974년 당시 도쿄 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마련된 TPA는 94년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시한이 종료된 이래 의회 반대로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안은 5년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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