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원제 ‘Hacker Ethic’)은 해커의 근본 정신을 일깨우고, 나아가 그것을 정보화시대의 시대적 윤리로 제시하는 책이다.최초의 공개 컴퓨터 운영체계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 그와 함께 헬싱키 대학에서 기술 발전의 의미를 공부하는 페카 히매넌, ‘정보 시대’ 등의 책을 쓴 캘리포니아 대학 사회학 교수 마누엘 카스텔스 세 사람이 함께 썼다.
이들이 말하는 해커 윤리란 자유스럽고 열정적으로 살며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는 정신으로 1960년대 미국 MIT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초창기 해커들의 삶의 양식이기도 하다.
해커를 인터넷 시대의 무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같은 ‘해커 윤리’는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해커 윤리가 우리 시대의 정신적 도전을 상징하며 ‘해커의 윤리’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를 대체할 새로운 삶의 양식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를 해커 윤리의 대척점에 놓고 새로운 해커 윤리의 등장을 기다린다. 이 책에 따르면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는 수도원에서 발원했다. 16세기 베네딕트 수도원은 ‘게으름은 영혼의 적’이라고 수도사를 독려했다.
언제나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방식을 반복할 것을 가르치는 수도원의 시계는 자본주의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었다.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는 기계적이고 판에 박힌 삶, ‘최대한 많은 돈’이라는 정신으로 요약된다.
해커들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의 규칙적인 생활에서 창조적인 리듬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노동 시간 관리문화가 다 자란 성인을 자기 삶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미숙아로 간주하는 문화가 아닌지 되묻는다.
‘우리 시대의 노동자들은 중세의 구두수선공이나 양치기가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면서 누렸던 자유를 더 이상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해커 윤리는 시간과 돈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강조한다.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삶에서 그 무엇도 할 필요가 없다’는 해커 윤리는 또한 공유와 동참이라는 자율적인 공동체 윤리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열정이라는 해커 윤리에서 시작해 자본 극대화라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바뀐 경우라면 수천의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리눅스 시스템은 해커 윤리의 좋은 본보기다.
여기에는 정보 공유는 물론, 공짜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전문기술을 공유하는 것도 해커의 윤리적 의무라는 믿음이 포함된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해커 윤리로’라는 이들의 구호는 퍽 논쟁적이다. ‘카피라잇’을 ‘카피레프트’로 바꾸려는 이들의 도전이 어떤 응전을 받게 될지 궁금하다.
리누스 토발즈 외 지음. 신현승 옮김
세종서적 1만2,000원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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