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브루나이 반다르 세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폐막 행사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매년 참가국 외무장관들이 비공개 장기자랑을 벌이는 전통을 갖고 있는 폐막연에서 파월 장관은 보좌관, 부인은 물론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동원해 화려한 ‘멀티 미디어 촌극’을 보여 주었다.
파월 장관의 차례가 돌아오자 앵커로 분장한 그의 보좌관이 등장, “파월이 엉성한 연기 실력으로 국무장관직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월 장관은 지난번에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일본 외무장관에게 사랑의 노래인 ‘엘 파소’를 부르는 카우보이 역할을 했다가 혹평을 받은 적이 있다.
이어 대형 화면을 통해 미 국무부 건물 밖에서 미국 시민들이 그의 노래 실력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중국 베이징(北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앞으로 ARF에서 미국인의 노래를 금지한다”는 결의안을 2,412대 3의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하는 장면이 나왔다.
지난해 마키코 장관이 파월 장관의 뺨에 키스하는 장면에 실제로 불만을 표시했던 부인 알마 여사도 전화 목소리로 등장해 “당신 때문에 아이들이 집밖에 나가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화면에 나타나 “제발 노래 연습 좀 하게”라고 충고하는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마지막으로 파월과 참모진이 영화 ‘남태평양’의 주제가인 ‘매혹의 밤’을 ‘브루나이의 밤’으로 개사해 합창하면서 촌극을 마쳤다.
한편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로봇 분장으로 ‘위 아 더 월드’를 불러 박수를 받았고 음치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하산 위라유다 장관은 부인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아바의 ‘아이 해브 어 드림’을 합창하면서 9년 전통의 장기자랑은 막을 내렸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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