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만 7부 바지 입나요?’여성의 전유물이었던 7부 바지가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 패션상품으로 떠올랐다.
7부 바지는 길이가 종아리를 3분의2쯤 덮을 정도로 내려오는 바지. 발목 위로 살짝 들리는 8부 바지나 발목 복숭아뼈에 딱 걸리는 9부 바지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2~3년전부터 여성들의 여름패션으로 각광받던 것이 올해는 남성들까지 추종자를 확대했다.
흰색 파란색 베이지색 등 색깔별로 7부 바지만 세벌을 갖고있다는 김영진씨(29ㆍ핸드폰대리점 운영)는 “7부 반지에 단화나 샌들을 신으면 깔끔하고 시원해보여서 좋다”고 말한다. 다소 뚱뚱한 편인데 바지를 짧게 입는 스타일이 좀 더 날씬해보이는 효과도 주는 것 같다고.
최근 서울 강남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는 김씨처럼 7부바지에 니트 상의를 곁들여 입는 스타일이 눈에 많이 띈다. 부산 해운대 등 피서지에서는 리조트웨어로도 각광받고 있다.
남성들의 7부 바지 유행은 남성복의 여성복화 추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이크’ 디자인실 구희경 실장은 “패션마인드가 젊어지고 여성적인 패턴들이 남성복에 많이 도입되면서 발목을 드러내는데 대한 남성들의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니엘에스떼’ 디자인실 임성미 실장은 “주5일 근무제로 프라이데이 캐주얼이 부상하면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에서나 간혹 나오던 남성 7부 바지의 길이와 스타일이 다양해졌다“며 “7부바지는 스포티한 감성을 살리면서 캐주얼은 물론 일상의 정장패션으로도 손색 없이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들 사이에 더 인기”라고 말한다.
이번 시즌 초 ‘루이 뷔통’과 ‘폴 스미스’ 컬렉션에서 통바지 형태의 7부 바지를 컬러풀한 재킷과 소화해 로맨틱하면서도 강한 남성상을 제시한 것이나 최근 ‘아르마니’와 ‘솔리드 옴므’ 등 정장 및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에서 7부 스타일을 선보인 것도 남성 7부 바지의 성공적인 데뷔를 부추긴 요인이 됐다.
7부 바지는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디자인과 소재에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한다. 데님과 면, 린넨 등 천연소재를 사용하고 앞주름을 잡지않는 노턱 스타일이 주류. 허리도 벨트를 매지 않도록 허리를 밴드 처리한 스타일 또는 팝스타 리키 마틴이 잘 입고 나오는 스트링(끈 조임) 스타일의 바지가 많다.
바지는 바지폭이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세미정장 스타일 보다는 통이 넓거나 아니면 일자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이 7부 바지의 세련된 느낌을 살려준다.
7부 바지는 상의를 어떻게 코디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벌로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니트셔츠와 캐주얼한 이지재킷에 코디하면 출근복장으로도 훌륭하고 면 티셔츠에 헐렁하고 화려한 알로하 셔츠를 곁들이면 시원한 리조트룩을 연출할 수 있다.
또 7부 바지에는 스니커즈나 낮은 굽의 로퍼가 제격이다. 화이트 위주의 밝은 색상이 강세이므로 검정색 가죽 샌들도 적절하게 어울린다. 짧은 바지단 밑으로 살짝 드러나는 건강한 발목이 매력이므로 7부 바지에 긴 양말을 신는 것은 금물. 요즘 유행하는 스니커즈용 버선양말을 곁들여야 맨발 느낌의 상큼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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