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고객 마케팅전략을 알면 소비자의 알뜰구매전략이 보인다.”‘백화점식’이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다. ‘백화점식 정책’등 대개 무원칙하고 작위적인 나열의 상징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영업 및 고객 마케팅 전략은 이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치밀하고 정교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구사하고 있다. 고객들이 그 틈을 파고 들면 소중한 알뜰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은 몇 등짜리 고객입니까
백화점이 고객들의 구매패턴, 행사 선호도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눠 차별화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상을 제대로 아는 소비자는 드물다. 백화점 고객리스트는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초우량, 우량, 고정, 일반, 신규 등 5개 고객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분류이며, 각 등급별로 2~4 등급씩 세분화해 최소 10등급, 최대 20등급까지 분류된다. 초우량등급 중 1등 고객은 어떤 계층일까. VIP마케팅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느끼는 백화점들은 이들 고객의 매출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카드 고객 30만명을 보유한 한 지점의 초우량등급중 1등고객(MVG) 회원이 500명(전체 회원의 0.1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연간 백화점 소비액은 1인당 1억원대에 육박한다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초우량등급 회원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며 “VIP마케팅은 갈수록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등급마다 서비스 천차만별
시중 한 백화점 지점은 지난 여름 정기세일 행사 때 전 고객에게 홍보우편물(DM)을 발송했다. DM의 내용물을 보면 초우량고객에게는 무료주차증과 무료 카페이용권, 문화센터 영화 시사회권, 수영장 할인권, 화장품 샘플 교환권 등 5가지의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최하위 고객에게는 카페 할인이용권 하나만 첨부됐다. 또 최근 3개월 이내 신규고객 가운데 카드 이용실적이 전무한 고객에 한해 매장에 들르기만 하면 카페 무료이용권과 수건세트를 증정하는 쿠폰이 들어갔다.
나머지 절대 다수의 고객에게는 세일행사 안내 메일이 전부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세일의 성격과 행사기간, 고객별 특정 기간내 내점(來店) 횟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DM에 첨부하는 사은권과 교환권의 내용이 달라진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별당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백화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의 약한 고리를 노려라
하지만 꼭 돈을 많이 써야만 사은품이나 할인쿠폰, 상품교환권 등 혜택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초우량 고객 다음으로 마케팅 역량이 집중되는 고객층은 단연 백화점카드를 처음 발급받거나 첫 구매 실적을 기록한 신규고객층이다.
이들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DM발송 횟수나 생일, 결혼기념일 사은품 등이 집중된다. 다음으로는 이탈우려 고객층이 있다. 6개월간 단 한차례의 구매실적도 없는 고객은 이탈고객으로 분류되지만 그 전 2~3개월 동안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백화점이 갖은 정성을 들이기 때문이다.
상권 경합지역 고객들에게도 ‘러브콜’이 쇄도한다. 현대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이 경합하는 서울 강남과 반포 일대, 현대 미아점 독무대에서 최근 미도파 상계점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강북 미아지역이 대표적인 경우다.
상권내 권역별 매출추이 정기 분석결과, 최근 매출이 격감하는 구역에 대해서도 고객유지 차원의 마케팅이 집중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백화점 이용전략은 금융거래와 마찬가지로 특정 백화점 특정 지점을 선택해 온 가족이 고정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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