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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주민소환제가 필요하다

입력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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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려했던 대로 자치단체장들이 속을 썩이고 있다.서울시장이 몰염치한 행동으로 비난을 받더니 인천시장은 10번이나 교통법규를 어기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성남시장은 관사가 작다고 새 관사를 찾는다 해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취임식전이나 임기시작 한 달만에 구속된 시장·군수들도 있다.

단체장들은 공약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거나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지 않고 측근을 임명직에 앉혀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구설수를 만들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관광성 연수부터 떠나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국회를 빼닮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최근 자주 보도되는 단체장들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질문제다. 평균인의 기본상식과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이라는 안전판만 믿고 전횡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제3기 민선시대에는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같은 당이 독식한 곳이 많아 견제기능이 약해지는 바람에 제 멋대로 하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

앞으로 무슨 해괴한 일들이 일어날지 알수 없다. 시장에서 산 물건이 불량품이라면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자가 있는 자동차는 리콜을 할 수 있다. 7월부터 실시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소비자에게 위해를 준 상품의 제조자는 팩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단체장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방도가 없다. 설령 형사처벌을 받아 감옥에 가더라도 옥중결제를 하는 판이다.

그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주민들의 참여와 감시제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장치가 허술하거나 아예 없다.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주민투표제의 경우 법규정은 있지만 그 절차에 관한 하위법령이 없어 사문화한 상태다.

조례의 제·개정에 관한 주민발의제도 2년 전 도입됐지만. 유권자의 20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게 돼 있어 지금까지 조례가 만들어진 지역이 17군데에 불과하다.

시민들이 서명한 조례안을 시가 멋대로 고쳐 시의회에 상정한 사례도 있지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지방자치의 가장 강력한 감시수단은 역시 주민소환제다.

미국등 지자제 실시국가 중에서 주민발의, 주민투표, 감사청구와 더불어 주민소환을 제도화한 곳은 많다.

일본의 경우 단체장과 의원의 해직 청구는 물론, 지방의회 해산과 주요 공무원 해직까지 요구할 수 있게 했으며, 지방재정에 관한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주민소송제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지방공직자의 잘못으로 중대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을 행사, 개인재산으로 변상토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시민단체의 행자부를 중심으로 주민소화제 도입이 논의됐다.

주민소환제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단체장을 임지 중이라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제도인데, 정치권은 끝내 이를 법제화하지 않았다.

지난해 국회는 여야의 입장차이로 합의에 실패했다. 오히려 주민 20% 이상의 청구가 있을 때 파면 해임 감봉 견책을 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적 징계제라는 변형된 제도가 제시됐다. 주민소송제 역시 아무런 진척이 없다.

주민소환제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가 소민행정에 걸림돌이 되며 행정의 계속성,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정적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이유에 들어있다.

전국 시·도지사 16명은 법 개정이 논의되던 지난 해 7월 모임을 갖고 주민소환제를 사실항 반대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었다.

중앙당이 이들의 편을 드는 것은 가재는 게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 주민소환제에는 문제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나라 지자제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며, 언제까지 이런 단체장들의 꼴을 보고 살아야 하나.

부작용과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는 지난것 같다. 독단적 행정운영과 비리를 막는 주민소환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다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임철순 논설위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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