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애-비장애아 통합캠프/10회맞은 '도깨비 캠프' 참가자들 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애-비장애아 통합캠프/10회맞은 '도깨비 캠프' 참가자들 이야기

입력
2002.08.02 00:00
0 0

자폐아인 승백이(13ㆍ중화초6)는 벌써 한달 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매번 똑 같은 질문을 해댄다. “8월 6일에 캠프 가?” 누가 대답해주기를 원해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일년에 한번,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승백이는 장애아와 일반아가 함께 뒤섞여 벌이는 흥겨운 놀이판 ‘도깨비캠프’를 통해 세상의 따뜻한 가슴들과 만난다.

캠프에서 아이들은 누가 누구보다 약하다거나 강하다 혹은 누구는 장애가 있으니 도움을 받아야 하고 누구는 정상이니 도움을 줘야 한다는 식의 구별을 하지않는다.

흥겹게 놀면서 다만 타인에게 먼저 손 내미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뿐이다. 이번이 세번째 참가인 승백이의 질문은 그 캠프에 대한 애정어린 기다림을 담고있다.

서울특수교사여가교육연구회(회장 김희연 서울정진학교장)가 주최하고 장애아와 일반아동이 함께 참가하는 국내 최초의 통합캠프 ‘도깨비캠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93년 이화여대 사회복지관 뒷마당에 텐트를 치고 40명의 장애아들이 참가한 가운데 조촐하게 시작된 캠프는 올해 장애아 160명, 일반아 120명에 도우미로 참가하는 청소년과 교사 등 모두 5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캠프로 성장했다. 올해 캠프는 6~8일 경기도 양평 미리내수련원에서 열린다.

도깨비캠프의 특징은 다른 통합 캠프처럼 일반아들에게 자원봉사적 개념의 캠프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학원교육을 받으러 다니느라 어른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자는 기본 취지처럼 이 캠프에서 아이들은 강강수월래니 동대문놀이, 인간줄다리기, 술래잡기, 파도타기, 땅도땅도 내 땅이다 등 전래놀이를 배우며 정말 원없이 논다.

놀이의 즐거움을 익히는데 장애아와 일반아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누가 5~6년을 남을 돕기 위해서만 오겠는가.

자기자신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어야 지속적인 참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캠프를 주최하는 서울특수교사 여가교육연구회 김수연 교사(숭인초등학교)의 말이다.

장애아와 일반아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 획일적인 평등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장애아가 참여하지 못하는 놀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서는 ‘수준에 맞는 평등주의’가 적용된다.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한 아이는 일반아와 함께 공기놀이를 해도 공기 한 알만 계속 받아올리면 점수를 얻는 식이다. 이런 게임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합리주의를 배운다.

일반아와 장애아의 격의없는 어울림은 결국 이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계기를 제공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캠프에 참가, 지금은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지영이(16ㆍ정원여중3)는 “어렸을 때는 장애있는 친구들을 보면 왠지 이상하고 싫어서 자꾸 피했다.

그런데 도깨비캠프를 다녀오면서 같이 놀아보니까 친구들이 너무 재미있고 좋더라. 내가 싫다고 다가가지 않으면 그 아이도 내게 안 다가오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서 같이 노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신형이(13ㆍ대치초6)은 캠프를 통해 장래 희망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다.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응석받이로 자란 신형이는 캠프에 참가하면서 장래에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캠프에서 뇌성마비 친구의 휠체어를 우연히 밀어줬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다음에도 만날 때마다 막 환하게 웃는거예요. 그래서 참 기분이 좋았구요, 앞으로도 이 친구들하고 서로 도우면서 살면 좋겠어요.”

사회사업을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신형이는 “돈은 엄마 아빠가 벌어서 나를 주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어머니 이미진씨는 “신형이가 혼자 자라 남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는데 캠프에서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뭔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더라. 외동딸에 대해 이기적인 욕심도 있지만 사회복지활동을 하겠다는 딸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두번째 참가하는 정신지체아 종범이(13ㆍ중화초6)는 전에는 주로 어른들을 쫒아다니며 놀더니 캠프에 갔다 오면서 비로소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고무줄놀이며 대문밟기놀이 등 캠프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복습하면서 친구들이 놀 때 슬쩍 끼어드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고. 종범이 어머니 송남식씨는 “처음엔 아이가 하도 느리니까 캠프에서 규칙적인 생활하면 좀 빨라질까 해서 보냈는데 친구 사귀는 법도 덤으로 얻어왔다”며 기뻐했다.

캠프는 장애아와 일반아 모두를 위한 것이고 도우미나 교사들도 놀이진행을 돕기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 캠프를 통해 배움을 얻기 때문에 동등하게 참가비를 낸다.

참가아동은 물론 도우미까지 참가비는 모두 8만5,000원, 교사들은 4만원의 참가비를 내며 올해는 특히 삼성생명과 아시아나에서 협찬을 받아 예년보다 풍성한 놀이판을 벌이게 됐다.

김수연 교사는 “참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이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한 기억과 경험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커간다면 결국 다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통합캠프 어떤게 있나

도깨비캠프가 1993년부터 장애아와 일반아의 통합캠프를 운영,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요즘은 통합캠프 개최가 일반화됐다. 통합캠프는 아이에게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넓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를 키운다는 점에서 좋은 놀이겸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

광주엠마우스복지관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두가지 종류의 통합캠프를 마련했다. 8~9일 담양과 장성 등지에서 미꾸라지잡기로 우정을 다지는 꾸러기통합캠프는 참가비 2만5,000원. 14~16일 제주도로 떠나 비행기 타기와 잠수함을 즐기는 심리운동 통합캠프는 참가비 15만원(기초생활수급자 12만원) (062)524_7702

대구서구종합사회복지관은 ‘2002 장애ㆍ비장애아동 통합캠프’를 12~14일까지 개최한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참가비는 3만원. (053)563_0777

이밖에도 소망의 집(041_857_8157)에서 매년 7월 개최하는 ‘소망의 캠프’, 대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053_628_5085)의 ‘형제캠프’, 원광대 보건환경대학원 예술치료학과 학생들이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어린이와 자원봉사자 부모 등과 함께 하는 예술치료캠프 ‘사랑의 나눔 캠프’ 등이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