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ㆍ일 동북아 3국의 대표적 선사(禪師)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속을 불문한 선문답이 오고 가는 국제 무차선(無遮禪) 대법회가 오는 10월 20일 열린다.무차선 법회는 출가자와 재가자, 상하귀천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불법을 논하는 자리. 깨달음을 이룬 선지식을 모시고 깨달음의 경지를 주고받는 즉흥적인 대화의 장으로, 언설로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의 경지에 대해 물음과 답변을 하는 문답형식인 ‘법거량(法擧揚)’이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근대 이후 자취를 감췄으나 1912년 방한암 스님이 금강산 건봉사에서 처음으로 무차선 법회를 부활시켰다.
올해 열리는 무차선 대법회는 3회째로 1998년과 2000년 호남권인 백양사(전남 장성)에서 치러진 1,2차 무차선 대법회의 맥을 이어 받아 영남권의 대표적인 선방인 부산 해운정사에서 치러진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1,2차 대회의 법주를 맡았던 고불총림 방장 서옹(西翁ㆍ90) 스님과 3차 대회 법주를 맡은 해운정사 금모선원 및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진제(眞際ㆍ68) 스님 외에도 중국 조주원 백림선사 방장 정혜(淨慧ㆍ69) 스님, 일본 임제종 묘심사파의 대표 종현(宗玄ㆍ54) 스님이 참여해 세계 선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 3국 불교계의 거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차선 법회가 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부처님 심인법(心印法ㆍ선 수행을 통해 참나를 바로 보는 것) 선양과 참사람의 인간성 회복으로 인한 세계 평화 및 남북평화 통일 성취’로 정해졌다.
국제 무차선 대법회 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적명, 원택 스님 등 6명)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오묘한 선의 진리를 알고 행하도록 해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케하고 남북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세계인류평화에 기여하자는 것이 대회의 취지”라고 밝혔다.
‘불성(佛性)의 실체가 있는 것인가’, ‘진정한 나, 즉 참사람은 무엇인가’라는 1,2차 대회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참사람주의’로서의 선을 대중화, 보편화, 생활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되는 대회는 사부대중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4명의 스님이 각각 30분씩 법문을 하고 20분 동안 사부대중과 법거량을 갖는 순서로 진행된다.
또 정통 선승의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 지도위원회와 전국비구니선문회가 행사를 공동 주최키로 해 명실상부한 국내 선수행자의 대법회가 될 예정이다.
부산 해운정사
태백산맥의 가장 남쪽 끝에 위치한 장수산 기슭에 자리잡은 부산 해운정사(사진)는 중국 임제종(臨濟宗)의 정통을 이었다는 의미에서 ‘임제정맥(臨濟正脈) 선방’으로 불리는 영남권의 대표적 선방이다.
한국 선종의 중흥조인 경허 혜월 운봉 향곡선사로 내려오는 법을 이어 받은 진제 스님이 1971년 창건했다.
해운정사는 하안거나 동안거의 해제, 결제와 상관없이 사시사철 안거가 이뤄지는 참선 도량. 전국의 이름난 수좌 스님들이 모여들어 보통 방부(房付ㆍ남의 절에 가서 거처하기를 부탁)를 받는 첫 날 마감될 정도로 명성이 높다.
현재 30여명의 스님들이 안거 중이며, 99년 개설한 시민선방에도 재가자 50여명이 수행 중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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