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임명동의안 부결을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부결을 방조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민주당은 “국정혼란을 야기하려는 한나라당의 정략”이라고 되받고 있다.그런데 과연 총리 인준부결이 삿대질하며 싸워야 할만큼 잘못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 싸울 일도 아닌 것을 두고 다투는 무의미한 정치공방을 즉각 중단하도록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촉구한다.
우선 형식논리상 이번의 총리 인준부결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 각 당이 모두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긴 이상, 그 책임은 의원 개개인에 있고 그 결과는 민의라고 보아야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총리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드러나 논란이 된 마당에 국회가 표결로서 인준을 거부한 것은 국회의 정상적 기능에 다름 아니다.
오랜 동안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과거 무제한적으로 인사권을 휘둘렀던 대통령이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장상씨의 낙마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연관지어 정치공세를 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아들의 한국 국적포기 등이 문제된 장씨에게 집단적으로 부표를 던진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역시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심정일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심판은 국회도, 정치권도, 인사청문회도 아닌, 바로 국민의 몫이다. 또 대통령 선거 이전이라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상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 후보도 약속한 대로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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