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망해도 경영자는 망하지 않는다.’파이낸셜 타임스는 월드컴 엔론 K마트 등 최근 18개월 동안 파산한 미국 기업들의 전 경영진이 1990년대 말 증시 활황 분위기 속에서 주식 매도와 급여 등으로 기업 파산 전 이미 33억 달러(약 4조원)의 거액을 챙겼다고 밝혔다.
파산 기업의 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 등 208명의 1999년 1월부터 24개월 동안의 연봉, 보너스, 주식 매각액 등을 집계한 결과다.
올 초 파산한 광통신장비 업체인 글로벌크로싱의 게리 위닉 전 회장이 주식 매각으로만 5억 9,600만 달러를 버는 등 총 5억 1,240만 달러를 거둬들여 1위를 차지했다.
엔론의 로 파이 전 회장은 2억 7,000만 달러를 쓸어담아 2위에 올랐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한 월드컴의 스코트 설리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4,940만 달러로 19위였다.
또 1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번 경영자가 8명이었고 5,000만 달러 이상이 16명, 2,500만 달러 이상과 1,000만 달러 이상도 각각 31명과 52명이었다. 수입 상위 52명이 전체 금액의 89%인 29억 5,000만 달러를 끌어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파산 과정에서 수천억 달러어치의 주식이 공중 분해돼 투자자들이 빈털터리가 되고 10만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사이 새로운 특권층인 ‘파산 갑부’가 등장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들이 “구멍 뚫린 기업 및 회계 관련법의 최대 수혜자”라면서 “파산을 직감하고 주가 폭락 직전 주식을 투매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자 거래나 회계 규정 위반 등 명백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이들의 재산 환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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