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중인 주한 미군 궤도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 죽은 사고로 한국사회의 반미정서는 설상가상이다. 미군당국이나 미국대사관도 상당히 당혹해 하는 것 같다.허바드 대사는 시민단체 지도자를 대사관으로 초청하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특히 주한미군 부사령관 쟈니니 중장은 사고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한국언론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사과와 애도의 뜻을 몇 번이나 되풀이 했다.
그러나 죽은 여학생들을 살려낼 수 없으니 유가족과 동네 친지들의 아프고 원망스러운 감정은 달랠 방법이 없다.
■사건을 수습함에 있어 ‘문화적 이질성’으로 해서 사태가 악화된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조사중인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 유가족의 사생활 공개, 사고병사에 대한 즉각적인 처리 등에서 한국과 미국은 그 처리 방식이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사망사고의 처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서는 같을 수 없다. 이해부족이 사태의 악화를 부를 수 있다. 사고 후 미군이 전달하려다 사태만 악화시킨 100만원 조의금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군 당국은 이번 사태에서의 교훈을 강조했다. 앞으로 훈련할 때 사고를 일으킨 지뢰제거 궤도차량의 사용 금지, 주민에의 사전 훈련통고, 미군과 한국인과의 이해교류 방안 등을 언급했다. 좋은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미군이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바란다면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것은 주둔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슬기롭게 수용하는 자세이다.
그날그날 눈앞의 이해관계를 위해 접촉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전략이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미군에 대해서도 그런 접근을 원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한미 양국 공통의 안보이해 및 전략적 이익을 지켜주는 안전판이다. 그러나 주한 미군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의식은 옛날과는 많이 변했다. 미국이 한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지키려면 한국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변해가는 한국사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결과 미국에 대한 호감이 일본보다 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5만 명의 젊은이를 이 땅에서 잃은 미국은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 한번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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