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주변의 난개발이 2,000만 수도권 주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산허리가 잘리고, 울창한 숲이 무자비하게 파헤쳐지고 있다.강변의 난개발은 수질오염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수도권 주민에게 올 것이 뻔하다. 땅, 물, 생명으로 이어지는 파멸의 현장이 우리 눈앞에서 합법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산하에 난개발의 광풍이 불어닥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립공원 안에 소도시가 건설되고, 자연보전권역이 어느날 개발권역으로 바뀌는가 하면, 30여년간 지켜온 그린벨트가 하루아침에 떼돈을 버는 황금의 땅, 골드벨트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금수강산은 정부의 잘못된 국토관리와 지역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는 지자체에 의해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루즈벨트와 히틀러라는 두 역사적 인물의 환경 행적에 비춰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아보자.
테오도르 루즈벨트는 1901년부터 1909년까지 재임한 미국 제26대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기간 중 국토의 3분의 1을 공유지(Public Land)로 만들어 이미 20세기 초에 자연보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당시 농장주, 목장주, 광산업자 등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연자원 보전계획을 수립하여 재임기간 국유림을 다섯 배로 늘였다.
루즈벨트는 많은 업적을 남겨 20세기 미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인정 받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점유하여 유럽 국가들이 태평양과 남미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고 러일전쟁을 중재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의 선지자적 자연보전 철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미국 워싱턴DC 자연사박물관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사우스다코다주 러쉬모어 산에도 그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전역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테오도르 루즈벨트 공원이 수없이 많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2년 독일 총통이 되자 국가 재건을 부르짖으며 ‘저 푸른 라인강이 검게 물들도록 열심히 일하자’고 연설하고 다닌 인물이다. 독일 국민은 라인강이 정말로 검게 물들도록 열심히 일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은 시작됐다. 그 후 독일은 또 한번 패전국이 되었고 국토는 둘로 쪼개졌다. 그의 좁은 식견과 광기는 유태인 학살을 비롯한 수 많은 행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루즈벨트와 같은 지도자는 없고 히틀러와 같은 좁은 식견과 광기만이 전국 도처에서 활개치고 있다.
정부의 허술한 국토관리는 자연의 공공성을 망각하였고 개발업자는 이것을 마음껏 요리하고 있다. 지역경제에만 눈이 어두운 지자체는 마치 광기어린 히틀러를 보는 듯하다.
잘려나간 산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고, 베어버린 숲은 복원되는데 수백년이 걸리며, 눈 앞의 이익은 살생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데, 히틀러의 망령은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 와서 정부는 물이용 부담금제에서 확보한 기금으로 수변지역을 매입하여 난개발을 방지하고 오염원 입지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이것만으로는 미약하다. 그래서 아직은 이렇다 할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땅 주인은 공유화보다는 개발이익을 원하고 지자체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호한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모든 국민이 자연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공유지 확대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사회복지나 교육사업을 통해 이윤을 사회로 환원했다.
이제는 기업도 자연을 살리는데 동참해야 한다. 미국의 루즈벨트 공원처럼 전국 곳곳에 기업 이름으로 된 국립공원을 보았으면 좋겠다.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되는 사회 환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난개발을 일삼는 개발업자와 이를 방관하는 지자체에게는 ‘21세기 히틀러’라는 낙인을 만들어 국민의 이름으로 찍어주자.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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