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이 중년의 해리슨 포드, 혹은 흑인 새뮤얼 잭슨이었다면? 그리고 소설 속 예언자가 지나치게 두뇌만 발달하고 몸은 아기와도 같은 기형적인 존재였다면?아마 기획단계에서 이 영화의 예산은 8,000만달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SF 느와르라고 표현하면 좋을 단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영화화되자 필핍 K. 딕의 애독자들은 “원작을 훼절했다”고 비난하지만 태생적으로 원작은 스튜디오들이 사운을 걸고 덤벼들 메이저 영화의 소재는 아니었다.
소설 속 앤더슨 국장은 50세 안팎의 매력없는 중년으로 젊은 아내가 FBI 요원과 짜고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게 아닌가 의심한다.
‘기억을 도매가로 드립니다’를 원작으로 한 ‘토털 리콜’ 역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섹시한 아내 샤론 스톤은 조작된 기억을 유지시키는 ‘첩자’에 불과했다. 예언자들은 머리통만 자란 기형적인 모습에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이런 무기로는 도저히 세계 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30대의 매력적인 톰 크루즈, 그리고 두 여자.
하나는 아내이고, 다른 이는 예언자이다. 평생을 물 속에 누워 “살인이다(Murder!)”라는 말만을 해왔는데도, 톰 크루즈와 함께 탈출한 예언자 아가사는 약간의 보행장애만 있을 뿐 매우 풍만한 몸매로 잘도 걷고, 잘도 말한다. 야릇한 애정의 느낌마저 풍긴다. 언제봤다고?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너그러운 입장을 견지했던,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필립 K. 딕의 작품을 선택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연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결국 멜로, 액션, 미스터리가 섞인 SF 블록버스터 공장의 생산물 같다.
때문에 이 영화의 적절한 제목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 의견)’가 아니라 ‘머저리티 리포트(다수 의견)’이다.
하긴 미인대회 출연자들도 하나같이 참가 동기에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혹은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취직하기 힘들어 얼굴로 승부를 보려고”나 “이를 발판으로 연예계에 데뷔하고 싶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듣기 좋은 말을 듣고 싶어하는 ‘다수’의 바람을 알고 있기에 나온 대답인지도 모르겠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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