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중발레? 여자만 하란 법 있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중발레? 여자만 하란 법 있나"

입력
2002.08.01 00:00
0 0

영화 '워터보이즈'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곧 이어지는 휘슬 소리와 함께 일제히 물 속으로 뛰어드는 선수들. 첫 장면만 보면 인간 승리를 그린 스포츠 영화 같다. 하

지만 주인공 스즈키(쓰마부키 사토시)가 의기양양하게 혼자 골인하면서 ‘그럼, 내가?’ 라고 스스로 놀라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가 않다. 혼자 들어온 것은 맞는데 1등이 아닌 8등이다. 그것도 예선에서. 7등까지 한 선수들은 이미 퇴장하고 없다.

달랑 한 명이 전부인 고등학교 수영부는 해체 위기를 맞는다. 있으나마나한 선수 한 명으로 수영부를 꾸려갈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미모의 수영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학교에 아연 수영 붐이 불고, 우여곡절 끝에 풋내기 5명의 수중 발레단이 탄생한다.

“남자가 무슨 수중 발레야”라는 야유와 비웃음 속에 학생들의 우스꽝스런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수영장은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고, 축제 기간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워터 보이즈’는 낯익은 일본식 코미디 어법에서 한 발 더 발돋움한다. 물 속에 비닐로 포장한 카세트 플레이를 넣고 음악을 틀다가 풀장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감전시킨다든가, 사토의 부시시한 펑크 머리가 불에 타는 장면 등 관객의 기대를 유쾌하게 뒤집는 대목이 적지 않다. 가볍디 가볍다 못해 만화의 즐거움까지 훌쩍 뛰어넘는 영화다.

고3 수험생들이 마지막 여름방학을 온전히 수중 발레에만 쏟을 수 있냐고? 돌고래나 앵무조개 등 수족관에 사는 어류들의 수영동작을 통해 수중 발레를 배우는 게 가능하냐고? 수중 발레에 전념하는 학생들의 열의를 보건대 그런 질문은 아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플래터즈의 ‘온리 유’, 벤처스의 ‘파이프 라인’ 등 귀에 익은 음악이 흥겨운 에피소드와 함께 어울리는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더욱 더 그렇다. 15일 개봉. 전체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난 재미있는 영화만 만든다"

야구치 시노부(35)는 ‘비밀의 화원(1996)’ ‘아드레날린 드라이브(1998)’ 등에서 재치만점의 코미디 감각을 발휘하며 일본 영화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오른 감독.

착하고 어딘가 모자란 주인공들이 만나는 예측 불허의 ‘머피의 법칙’이 그가 구사하는 웃음의 전략이다. 7월30일 내한한 그를 만났다.

-정말 일본에서 남학생들이 수중 발레를 하는가.

“사이타마 현에 자리한 가와고에 고등학교 수영부가 14년째 9월 축제 때마다 수중 발레를 한다. 여학생을 불러 모을 ‘불순한’ 동기로 하게 되었다는데 그 생각이 너무 귀여워 영화로 만들었다.”

-어떻게 배우들에게 연기를 시켰나.

“수중발레는 원래 8명의 여성들이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서 하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발이 닿는 보통 수영장에서 남학생 28명이 군무를 했다. 28명을 오디션을 통해 뽑아 1개월간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시켰다. 풀장을 빌려 거기에 가둬 놓고 훈련을 했는데, 워낙 힘들어 학생들이 매일 병원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수영깨나 하는 나도 합숙훈련에 참가했다 5분만에 그만 뒀다. 보통 마음으로는 절대 따라가지 못할 훈련이었다.

-주인공 성격은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가.

“나와 비슷하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한심하기까지 하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눈에 별로 띄지 않게 숨어서 장난을 잘 치는 학생이었다.”

-돌고래 조련사 이소무라 역의 다카네카 나오토(‘쉘 위 댄스’ ‘으라차차 스모부’에 도 출연)의 연기가 너무 과장스럽다.

“그나마 말려서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그 정도다(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관객이 즐거워하지 않는 영화는 만들기 싫다. 나도 관객으로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 한국의 ‘조용한 가족’이나 ‘반칙왕’도 관객을 위한 영화라서 인상 깊게 남는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