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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민주내부 분열탓" "한나라에 속아…국정공백 우려" 표결전후 각당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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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민주내부 분열탓" "한나라에 속아…국정공백 우려" 표결전후 각당 반응

입력
200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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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31일 장상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설마 했는데…"라며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국정 공백 책임론과 여성계 반발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려 했다.한나라당은 본회의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서 대표는 회견에서 "부결은 유감이지만 이렇듯 큰 표 차가 난 것은 민주당 내 정파 대립의 산물"이라며 민주당에 부결 책임을 돌린 뒤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늘로 집권 능력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강재섭(姜在涉),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도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고뇌 끝에 지도부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며 "민주당이 단결만 하면 통과됐을 텐데 이제 민주당의 운이 다한 것 같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본회의 직전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상기류는 감지됐다. 일부 의원들이 장 서리에 대한 비난과 인준 거부 주장을 쏟아냈고, 이에 큰 박수가 나왔다.

박원홍(朴源弘) 김홍신(金洪信) 의원 등은 '참을 수 없는 거짓말' '연기 대상감' 등 인신공격성 표현을 써 가며 "정국혼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부적격 인사의 총리 임명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홍준표(洪準杓), 김부겸(金富謙) 의원이 정국 혼란을 고려한 '울며 겨자먹기식' 찬성을 주장했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인사청문회 전만 해도 동의안 표결을 통과의례로 여겼던 당내 분위기가 이처럼 급변한 것은 청문회 후 장 서리에 대한 의원들의 여론이 워낙 나빠졌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도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투표가 오히려 여론을 거스른 당리당략 투표라는 의견이 고조됐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청문회 후 동의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빗발쳤다"며 "부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컸지만 찬성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동의안 반대 의견이 다수로 나타난 자체 여론조사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동의안 부결 시 이를 민심과 결부시키려는 정지작업 성격이 강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 민주당 의원들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애써 "거대 한나라당의 조직적 반대로 최초의 여성총리가 부결됐다"며 비난의 화살을 한나라당에 돌렸다.

이날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 서리가 총리가 될 수 없다면 아들 병역비리 의혹, 원정출산 등 더 심각한 도덕적 흠결이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도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정치공백과 정치의 실종이 우려된다"며 "대통령이 양당 지도자와 만나 국정혼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최초의 여성총리 탄생이 아쉽다"며 "그러나한편으로 고위공직자 자질에 관한 엄격한 잣대를 세운 것은 뜻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인격적 모독만 준 청문회가 아쉽다"며 허탈해 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수사와 청문은 예리한 면도날로 해야 하지만 표결은 큰 도끼로 잘라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대응을 보면 성직자도 총리가 될 수 없으며, 이날 결과는 한나라당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인준안 부결의 가능성은 본회의 직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감지됐다. 의총에서 민주당은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일부 초선 의원들 때문에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지 못했다. 단지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대철(鄭大哲)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최초의 여성총리를 탄생 시키는 것이 좋겠다"라고 호소하며 '권고적 당론 투표'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막상 부결 결과가 나오자 인준안 반대를 주장했던 의원들도 결과를 예상치 못했던 듯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는 "한나라당이 당내에 찬성 의견이 많다는 식으로 말을 흘려 우리를 혼란시키는 사기를 쳤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헌정사상 7번째 총리인준안 부결

<역대 부결 사례>

1948년 제헌 의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리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경우는 장상(張裳) 총리 서리를 포함, 모두 7차례이다. 그러나 앞선 6번은 광복 후 나라의 기틀이 채 잡히기 전인 1, 2 공화국 때의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장 서리 부결파문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동의안 부결 사례를 국회별로 보면 제헌 의회 때 이윤영(李允榮)씨의 총리 임명동의안이 두 번 부결됐고 2대 때 이윤영, 백낙준(白樂濬) 이갑성(李甲成)씨가 국회의 벽에 막혔다. 이윤영씨는 1공화국에서 3번이나 자신의 동의안이 부결됐다. 내각제가 도입된 5대 때는 구 민주당내 신ㆍ구파 싸움의 와중에 김도연(金度演)씨 동의안이 부결됐다.

7차례 사례 중 총리서리로 지명된 뒤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윤영씨에 이어 장 서리가 두번 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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