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 같던 미국의 이라크 선제 공격 가능성이 주춤해지고 있다.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 등은 올들어 수차례나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과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전복을 강력히 거론해왔으나 의회는 물론 행정부 내에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잇따르면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들어 미 국방부에서는 이라크 공격 시나리오에 관한 정보들이 새어나와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부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특히 미 의회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가 군사행동을 단행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미 상원은 31일부터 이틀간 처음으로 이라크 공격설을 다룰 청문회를 열어 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 공격계획의 진위와 타당성을 따질 예정이다.
앞서 조지프 바이든(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30일 부시 대통령이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반드시 의회의 동의를 거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오히려 후세인정권 축출로 인한 비용과 효과를 따져 봐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측은 청문회에서 후세인 정권 전복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격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차원에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계획이다.
상원은 여름 휴회가 끝나는 9월초 다시 청문회를 재개해 조기 군사행동을 견제할 방침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이라크 공격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29일 “이라크의 많은 군사시설이 지하 깊숙한 곳에 배치돼 있어 공습만으로 파괴하기는 역부족이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이라크가 대량 확보하고 있는 생화학무기도 트레일러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습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이라크 공격 시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이래저래 조기 군사행동은 어려울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군 수뇌부도 이라크 공격 대신 봉쇄정책을 통한 후세인 제거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국방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 “후세인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라크 공격 대신 봉쇄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게 국방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군부와 백악관, 국방부의 민간 수뇌부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면서 조기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군 관계자들이 공격 시나리오를 의도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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