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이 여성복합호르몬제 장기복용 위험성을 발표한 지 보름쯤 되었다. 미국언론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에 반해, 국내언론은 이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우리 언론이 관심을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가 발생될 때만 논의가 달아오르는 ‘냄비’기질 탓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복합호르몬제 복용여성 수가 600만 명을 넘지만 우리는 그에 못 미치는 50만 명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그 발표에 대해 이유를 열거하며 뚜렷한 찬반의견을 펼치니 기사거리가 많지만 우리 경우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www.kaog.or.kr
)와 대한폐경학회(
www.koreamenopause.or.kr
)가 자신만만하게 하나의 목소리만 내보내니, 기사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론도 그렇지만 의학계에서는 여성호르몬제 장기복용 위험성 논의를 더 해야 마땅하다. 충분히 논의한 후 호르몬을 복용했던 여성에게, 복용을 생각해보는 여성들에게 신뢰도 높은 정보와 충고를 주어야 한다.
50만 명은 적은 수도 아니며 그들은 의사의 권고로 호르몬제를 복용했고 지금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두 학회가 내보내고 있는 의견은 미 국립보건원 발표와 상치된다. 미 국립보건원 발표(
www.nhlbi.nih.gov/whi/hrtupd/q_a.htm
) 핵심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인) 프로제스틴의 복합호르몬은 혜택보다는 위험이 많다”는 것인데, 두 학회 견해 핵심은 “복합호르몬복용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니 계속 사용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자,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가.
두 학회의 의견 근거는 크게 둘인 것 같다. 하나는 미 국립보건원은 미국 여성들이 가장 많이 복용했던 복합호르몬, 그러니까 프렘프로(Prempro)라는 제재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발표한 것이니 그와 성분이 다른 호르몬제재는 괜찮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 여성들과 우리 여성들의 암 발생율과 발생 양상은 상이하니 그처럼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의학 문외한들이 보기에도 두 학회의 권고는 전적으로 믿음직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 국립보건원 발표는 프렘프로 이외의 호르몬제재, 에스트로겐만의 복용, 다른 대체 호르몬요법을 모두 추천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만에 하나라도 따르는 위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두 학회는 다른 호르몬제재 사용은 허용한다. 도무지 출발점이 같지 않은 것이다.
/박금자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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