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일 민주당 내 신당 창당론을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술수”로 일축하면서도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 때문인지 배경, 진행상황 등을 파악하는 등 안으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한나라당은 특히 신당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해오다 이날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전면 공론화에 나서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정치적 의도에 관심을 돌렸다.
민주당이 8ㆍ8 재보선을 신호로 자민련, 민국당은 물론 정몽준(鄭夢準)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묶는 이른바 ‘반창(反昌) 연대’를 시도, 현 대선구도변화를 시도한다는 의구심이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한 측근은 “재보선에 유리하지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서둘러 신당론을 띄우는 것은 적어도 청와대와 민주당 주류간에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마련이 끝났다는 얘기”라며 “신당론은 현 정권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참여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나 세력의 이해관계가 제 각각이라 한 대표의 ‘헤쳐 모여’ 구상이 제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재보선 이후 정국의 최대 변수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민주당이 현 상태로선 대선승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서둘러 신당론을 띄운 것”이라며 “참패가 예상되는 재보선결과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신당을 통해 탈DJ 및 비호남권 지지를 만회하려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일제히 신당론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김 빼기에 나선 것도 이런 인식에서다.
이 후보는 보고를 받은 뒤 “재보선엔 아예 관심도 없구먼”이라며 언급을 피했으나 당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격하게 비난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해지니 아예 대선 판을 깨겠다고 나온다”면서 “리틀 DJ인 한 대표가 이 후보에 대한 음해를 거듭하는 것도 거대한 음모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공세가 ‘반창(反昌) 세력’을 한 데 묶기 위한 신당구상과 연결돼 있다는 판단이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DJ와 청와대가 노풍(盧風)이라는 것을 만든 데 이어 ‘이 후보 5대 조작사건’을 거론하고, 이제는 판 깨기로 아예 대선을 뒤엎으려 한다”고 신당배후세력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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