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을 모르는 시민은 없으리라. 그러나 그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1,700여 개의 성(城) 중에서 가장 큰 성이 남한산성이다.그런데 남한산성은 아직까지도 시민의 마음 속에는 오랑캐가 쳐들어와 짓밟고 간 패전, 굴욕, 치욕의 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역사의 자괴감에 젖어 있는 시민이 꽤나 많다. 우리 정부가 그랬고, 시민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남한산성은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성이었다.
정부도 시민도 누구나 돌보지 않고 조선왕조의 상징인 남한행궁(임금이 머무르는 궁궐)과 그 주변의 땅마저도 개인들에게 팔아버리고 말았다.
역사의 철저한 뒤틀림이 남한산성 도처에 널려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일제는 철저히 남한산성의 민족적 자존심을 파괴하고 식민지 사관을 심어 놓았다.
그 후 광복된 조국에서도 식민지 교육의 망령이 자리 잡아 우리들로 하여금 또 다른 남한산성 파괴의 역사를 만들도록 했다. 산성은 근 100년 동안 그 누구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이제 남한산성은 민족 자존의 상징처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한강 남쪽의 진산(眞山)이요, 성(聖)스러운 산 남한산에는 백제 개국의 임금인 온조대왕을 모신 사당 숭열전(경기도 유형문화재 3호)이 있어 백제의 땅이었음을 일찍이 증거하고 있고, 조선팔도의 승려들이 호국정신으로 8도 사찰과 본부사찰을 만들고 성을 쌓았던 곳이자, 청나라의 간섭을 배격하고 삼학사(三學士)를 모신 선비 정신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학의 학문적 배경을 탄생시킨 근기학파의 산실 역시 남한산성이다.
이 위대한 민족 자존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남한산성은 복원되고 정비되어 시민 앞에 다시 나타나야 한다.
경기도에선 관, 민 그리고 전문가들이 손을 잡고 본격적인 복원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으로 때늦은 감은 있지만 역사를 소중히 생각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전보삼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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