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입이 증가하면서 1998년 이후 5년 연속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행진에 ‘빨간불’이 켜졌다.특히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화 강세가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내년에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고, 올 하반기에도 1~2개월간 일시적인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철(朴 哲) 한국은행 부총재는 3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강연에서 “경기 회복세로 여행수지 적자, 수입확대 등이 지속되면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과 수입 급증이 주범
월드컵 특수가 예상됐던 지난달에도 해외 여행객은 전년 동월대비 6.2% 늘어나고 입국자수는 12.4% 감소, 여행수지 적자(3억8,000만달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학ㆍ연수를 제외한 일반 여행수지만 봐도 6월 한달간 2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악화는 경기 회복에 따른 해외 여행 급증과 최근의 급격한 원화강세에 그 원인이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같은 액수의 원화를 환전해도 이전보다 많은 달러를 손에 쥘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여행과 해외 소비가 붐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경기회복과 맞물린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전선엔 먹구름이 낀 반면 수입가격 부담이 줄어들면서 고급소비재의 수입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내년 경상수지 적자 우려
박 승(朴 昇) 한은 총재는 최근 “올해 여행수지 적자가 하반기에 25억달러, 연간으로는 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대다수 수출기업들은 지금까지 이를 수출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버텨왔다”며 “그러나 환율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는 7~8월에는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0억달러. 따라서 하반기에 1~2개월 적자가 난다고 해도 연간으론 흑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경기 회복세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위해 자본재 수입을 본격화할 전망이어서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상수지 균형 관리 비상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경우 대외신인도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율관리와 수출촉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한번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심리적인 불안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다소 떨어져도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없도록 기업들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여행수지 적자폭 축소를 위한 장단기대책을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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