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당한 데 앙심을 품고 친구의 딸과 아들을 납치해 금품을 요구하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광주 동부경찰서는 30일 정모(31ㆍ여)씨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 유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광주에서 봉제공장을 다니던 정씨의 삶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열여덟살 때인 1989년 초.
당시 정씨는 같은 공장에 다니던 동갑내기 친구(여) 집에 놀러 갔다 친구 아버지 양모(당시 48세)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정씨는 피해사실을 숨긴 채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괴로움에 시달렸지만 양씨의 성폭행은 이후 4차례나 계속됐다.
양씨에게 더럽혀져 임신한 정씨는 “피해보상을 해 주겠다”는 양씨의 꼬임에 넘어가 낙태수술을 받았지만 양씨는 가족들과 함께 이사한 뒤 행방을 감춰버렸다.
이후 정씨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호프집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양씨를 찾아 다니다 13년만인 지난달 초 친구의 집을 찾아냈다.
그러나 정씨는 친구가 아버지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고 외면하자 순간 기구했던 자신의 인생유전이 서러움으로 북받쳐 올랐다.
결국 정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29일 오후 2시께 광주 학1동 친구 집 앞에서 놀고 있던 친구의 딸(9)과 아들(5)을 놀이기구를 태워준다며 납치, 피해보상금 1,000만원을 요구했다.
정씨는 아이들을 납치한 뒤 겁이 나자 4개월 전 동거한 남자의 형이 살고 있는 집에 숨어있다 10시간 만에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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