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30일, 장상 국무총리서리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듯 전날보다 훨씬 강한 자세로 답변에 임했다. “여기가 법정이냐” “이런 식의 질문이라면 누가 떳떳하겠느냐”라고 따졌고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의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오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장 서리는 전날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심 의원과 서로 말을 막아가며 10여분간 설전을 벌였다.
심 의원은 위장전입 의혹, 장남의 주민등록 미말소와 관련 장 서리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며 “경위와 어떻든 준법이냐, 위법이냐라는 단순 사실관계로 따진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장 서리는 “어떤 목적을 위해 몰고 가니 마음이 부담스럽다”면서 “의원님만의 생각이고 선거운동 차원일 뿐”이라고 쏘아 붙였다.
두 사람의 공방이 점점 거칠어지자 정대철(鄭大哲) 위원장은 세 번이나 개입하며 “피의자 신문이 아니다” “용어 선택을 잘 해달라”며 분위기 진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장 서리는 또다시 “법정처럼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장 서리는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에 대해서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반발했다. 김 의원은 “장 서리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장남 이중국적, 아파트 불법개조, 위장전입 등을 열거하며 추궁했다.
그러자 장 서리는 목소리를 심하게 떨며 “60 평생을 살면서 하느님 앞에는 부끄러움이 있지만 사람 앞에선 죄를 짓지 않았다”며 “김 의원처럼 사람을 한 방향으로 몰아붙인다면 여기 앉아 계신 누구도 떳떳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공했다. 장 서리는 “이민이나 투기 등의 이야기는 소설밖에 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장 서리는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14억원이나 되는 현금성 자산을 어떻게 모았냐”라고 질문하자 “도둑질했느냐는 것처럼 상당히 모욕적으로 들린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장 서리는 또 의원들이 답변을 듣지 않은 채 질문만 계속하는 데 대해 “의원님은 제 말씀을 들을 의무가 있다”며 발언 기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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