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국제 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미국의 중립적인 외교정책 단체인 외교협회(CFR)는 30일 ‘미국 외교정책 개혁을 위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CFR은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는 왜 세계가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미국의 적이 된다?
CFR은 대표적인 반미 세력인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대 테러전 참전국 및 오랜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을 혐오하는 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반미 감정은 이제 전세계적인 기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CFR, 퓨 리서치센터 등이 올 초 유럽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의 대 테러전이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응답한 독일 프랑스 영국인은 각각 85%, 80%, 73%로 나타났다.
CFR은 또 지난 해 9ㆍ11 테러 직후 미국에 대한 동정 여론이 점차 애증의 감정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방지협약(교토의정서) 서명 거부, 철강 관세 부과 정책,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미군 기소면책 특권 논란 등 이기적인 미국의 모습에 세계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CFR은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세계 초대강국이기 때문에 증오와 원망의 감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은 7일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미국의 독선을 비난한 미 경제전략학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비츠 회장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최근 아시아 유럽 등 14개국을 돌며 대미 여론을 수집한 프레스토비츠 회장은 특별 기고문에서 “전세계가 미국의 적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많은 외국인들이 9ㆍ11 테러에 대해 “미국이 고통이 무엇인가를 조금이라도 깨달았을 것”이라며 만족감까지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말 미국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던 일방주의 노선에 대한 자성론은 결국 무용지물이 됐다”며 “미국의 이기주의에 배반당한 세계는 이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고 지적했다.
CFR은 미국이 ‘세계 평화의 수호자’에서 ‘세계 이익의 독점자’로 전락한 것은 대외홍보 부족 등 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냉전 종식 뒤에 대외 홍보비를 대폭 삭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의회와 행정부가 나서 대외공보처를 국무부로 흡수ㆍ통합시키고 예산과 영향력을 축소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으로 미국의 대외 이미지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높여라
이 보고서를 작성한 태스크포스의 피터 피터슨 팀장은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기업의 홍보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목소리로 “미국의 이익이 곧 당신의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는 논리다.
CFR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독립적인 대외홍보 전담기구 부활 ▲국무부 개편 ▲의회의 대외 홍보비 증액안 승인 ▲대통령의 대외 홍보 지침령 마련 ▲미국 내 외국 언론인의 정부 접근권 확대 등을 제시했다.
CFR은 특히 홍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적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ㆍ11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친 아랍계 경찰 및 소방관, 무하마드 알리 등 소수 민족 출신의 유명 스포츠ㆍ연예 스타를 이슬람 등 지역에 홍보 대사로 파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CFR은 또 자유 평등 교육 등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떠오르게 한 가치와 이념을 활용하는 이미지 홍보 방안도 제안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이러한 비판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가 백악관에 세계공보국(OGC)을 신설키로 했다고 30일 보도했다. OGC는 아프간 전쟁 시작 이후 이슬람권에 대한 미국홍보를 강화하기위해 영국과 함께 만든 '동맹정보센터'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홍보 및 이미지 개선 작업을 전담하게 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외에도 전세계 미국 문화의 증축, 신임 외교관에 대한 공보업무 교육강화등 다양항 정책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신문은 하지만 이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회의적인 견헤를 내놨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미국정책의 근본적 개선없이 "미국은 좋은 나라다" 라는 일방적인 캠패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신문은 "부시행정부는 전세계 우방들이 미국의 정책을 무조건 따랐던 냉전시대의 홍보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에대한 적대감만 심화할것"이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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