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큰딸집서 함께 산후 '가시방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큰딸집서 함께 산후 '가시방석'

입력
2002.07.30 00:00
0 0

Q :60대 후반인 저는 남편과 사별한 뒤 줄곧 혼자서 생활해 왔습니다. 올 초 병원신세를 진 것을 계기로 딸 네로 옮겼습니다.아들이 없이 두 딸만 두었기 때문에 큰 딸이 저를 모시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사위는 함께 사는 것에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무뚝뚝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저에게 살갑게 대하는 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딸 부부가 싸움을 자주 해 정말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혹시 저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진 것은 아닌가 해서 더 조마조마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서 제가 따로 나가 사는 것이 좋을까요? (서울 서초동에서 강씨)

A :홀로 여러 해를 당당하고 기품있게 사시다가 졸지에 당한 곤경이시니 얼마나 당황스러우시겠습니까?

그대로 계시자니 가시방석으로 생병이 생길 것 같으시고, 나가시자니 큰따님 댁을 난처하게 만들 것 같아 그렇게도 함부로 못하시는 처지이심에 동정이 갑니다.

추측컨대 사위와 큰따님은 40대 초, 외손들은 10대 후반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나이에 있겠지요.

큰따님은 평생 속으로 언젠가는 부모를 모신다는 의무감에 쪼들리면서 살아왔을 것이고, 아마도 반지옥 같은 자식 입시 보살핌에서 벗어나는 5~10년 후를 노모를 모실 때로 잡아 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올 초 댁의 병마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입니다. 비좁아진 생활공간에다 어머님, 남편, 자식 사이를 오가며 겪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닐 것입니다.

사위도 더러 벌거벗고 지낼 수 있는 가장의 위치에서 물러나게 되고, 성생활에도 눈치가 보이게 된 마당이라 편치는 않으리라 봅니다. 따님 부부싸움은 아마도 이런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든 따님쪽에서 먼저 걸고 있을 것입니다.

“5년 후에 다시 오마”하고 나오십시오. 홀로 식사를 해 잡수실 수 있는 건강이라면 큰 따님 댁 근처에 거처를 구해 나가시면 왕래와 보살핌이 쉬워 댁과 따님 모두에게 편합니다.

그렇지 못할 건강이라면 중상류 유료 실버 시설을 알아보십시오. 요즈음 시설은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가 상주하고, 의료기관과 연계가 되어있으며, 취미생활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습니다.

자식에게 버림받은 생활이 아니라 비슷한 실버들이 재미있게 생활하는 공간으로 변해 있어 모두가 놀랍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dooyoung@plaza.snu.ac.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