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의 분위기는 외국에서 더 실감이 난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로 높아진 한국과 한국민의 위상, 한국민과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 등은 월드컵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28일 도쿄(東京)의 신국립 극장에서는 한일 합동 오페라 ‘나비부인’이 공연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황태자 부처가 관람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일본에서 정부 고위인사와 천황가가 한국 공연물을 관람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일본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도 좋아졌다. 21일 요미우리(讀賣)신문 여론조사에서 47%가 월드컵을 계기로 공동개최국인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살려 한국과의 미래지향적 우호ㆍ협력 관계를 서둘러 다지고 싶어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월드컵 기간 중 한시적으로 실시됐던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 비자 면제를 제도화하는 문제도 9월부터 양국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12일 방한했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이 일본 외무장관으로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판문점을 견학하고 한국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진데서도 한국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우호 제스처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상전벽해라할 정도로 치솟았다. 미국이 한국 덕분에 16강에 오른 때문인지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좋아졌다. 미 주류사회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동포들은 어느 자리에서건 한국계임을 자랑스레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문흥택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미국인들이 한국계임을 확인한 후면 어김없이 월드컵 얘기를 꺼내며 한국팀의 선전을 칭찬하곤 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인 2세들의 모국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붉은 악마지부’가 창립됐다. 미 프로축구 로스앤젤레스 갤럭시 구단은 홍명보 선수 등 한국 선수 스카우트에 나섰으며 재미 동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20일에는패서디나 로즈볼구장에서 ‘한국의 날’행사를 열었다.
월드컵의 부작용은 한중 관계였다. 그러나 악화한 양국 감정도 한 달이 지난 지금 많이 치유가 돼 가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과 왕이(王毅)부부장은 최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잇달아 만났다. 한중 수교 10주년 앞둔 시점이기도 하지만 양국민 간 감정의 골을 추스려 보자는 생각이 다분했다.
王 부부장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안 썼지만 중국은 한국의 4강 승리를 환영 지지하며 심판판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데 완전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축구는 중국 축구의 희망으로 중국은 한국 축구의 끈기와 정신력을 배워야 한다고 중국인답지 않게 솔직하게 표현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에서 한국과 한국인, 한국 상품의 위상은 미국에 못지않게 높아졌다. 단지 심판 판정을 두고 반한국적 기류가 형성된 이탈리아에서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점차 한국의 위상을 바로 보기 시작했다고 현지 동포들은 전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워싱턴=윤승용특파원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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