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에서 영어로 민원을 접수받는다. 달러로 물건을 얼마든지 살 수도 있다. 학교에선 외국인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외국기업은 각종 세금이 3년간 면제되고, 이들의 모든 애로를 듣고 풀어줄 전담조직도 있다.’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다. 머지않아 인천신공항 일대와 부산항, 광양항 부근에 조성될 경제특구의 모습이다.
29일 정부가 확정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대로라면 세금부담도 적고, 의사소통도 자유롭고, 물류시설도 충분한, 투자의 해방구나 다름없는 3개 특구만큼은 외국기업이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외국기업의 반응은 냉담하다. 다국적 기업들의 아ㆍ태본부 제1 후보지 선호도에서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호주 말레이시아에 뒤진 채 1표도 얻지 못했다.(KOTRA 조사)
이유는 자명하다. 외국기업은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지 결코 특구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구 경계를 벗어나면 말도 통하지 않고, 지불결제도 쉽지 않고, 물류는 체증에 시달리고, 행정관청의 문턱은 높기만 한 환경이라면 아무리 특구를 투자천국으로 꾸며놓은들 외국기업은 투자를 할 리가 없다.
정부 당국자는 “특구는 한정된 재원을 우선 선택ㆍ집중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성 강한 우리나라 행정풍토상 특구에 의존하는 허브전략은 비(非)특구에 대한 무관심과 소외를 불러 불균형만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의 대표적 허브국가인 네덜란드 투자청 관계자는 “특구는 자칫 다른 지역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구로 허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구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국토와 국민 전체가 투자의 천국이 되는 ‘특국(特國)’의 자세이다.
이성철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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