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여만명이 비만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미국에 패스트푸드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햄버거가 폐암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는 담배와 같은 신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실제로 패스트푸드를 즐기다 뚱뚱해진 고객의 소송이 최근 제기됐다. 뉴스위크는 ‘빅 팻(Big Fat, 햄버거 빅맥을 비유한 것)과 싸운다’는 제목의 최근호 기사에서 미국의 반패스트푸드 운동을 집중 조명했다.
반(反) 패스트푸드 군(軍)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자녀들을 유해 식품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학부모들이다.
1999년 당시 뉴욕 돕스페리 초등학교를 다닌 두 자녀의 어머니 사라린 마이어스는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어린이들의 점심 식단에 햄버거 등 이른바 ‘정크 푸드(junk food)’가 포함되지 못하게 하고 과자 및 탄산음료 자판기의 교내 설치를 금지하기 위한 학부모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캠페인은 곧 미 전역으로 전파돼 학교마다 반 패스트푸드위원회의 설립이 줄을 이었다.
사회 각층의 동참도 잇따랐다. 펜실베이니아의 데이비드 루드위그 내과 전문의는 2000년부터 ‘패스트푸드와 과식과의 연관성’ 등 10여편의 논문을 보건 당국에 제출해 패스트푸드 규제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의회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에 대해 세금을 추가하거나 경고문을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공립 학교들이 운영 수입을 자판기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아킬레스건을 잡고 각종 보조금 지급 등을 미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업체들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로비로 1999년 이후 자판기가 사라진 학교는 많지 않으며 공립 고교의 30% 이상이 여전히 패스트푸드의 교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패스트푸드 '기름기' 패스트 데스 '지름길'
패스트푸드는 왜 건강에 해로울까?
답은 패스트푸드에 들어있는 많은 기름기에 있다. 패스트푸드를 과다 섭취할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뇌졸중, 심근경색,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유발한다. 이들은 단일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들이다.
의사들이 패스트푸드(Fastfood)를 ‘패스트 데쓰(Fast Death)’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비만이 사회적 문제화하면서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하벨 박사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 뇌의 화학 작용을 방해해 식욕을 통제하는 펩타이드 효소의 분비를 감소시킨다는 보고서를 냈다.
펩타이드는 위의 포만감을 뇌로 전달, 식사를 중단하게 하고 운동 욕구를 일으키는 자동 체중 조절 장치. 하벨 박사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펩타이드 효소가 적게 나와 비만의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푸드에 다량 포함돼 있는 지방과 설탕이 니코틴, 마약 등처럼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최근 실험용 쥐에게 설탕 공급을 중단하자 흥분, 경련, 우울증 등 마약과 같은 금단 증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록펠러 대학의 사라 레이보비츠 신경학과 교수는 “지방 섭취량이 많을수록 뇌가 더욱 기름진 음식을 원하게 된다”며 “패스트푸드는 마약을 혈관에 주입하는 주사기 역할을 한다”고 경고했다.
최문선 기자
■유해성 법정공방 본격화
앞으로 햄버거를 먹을 때 '패스트푸드는 비만과 고혈압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패스트푸드 업체들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패스트푸드의 건강 유해성을 따지는 법정 공방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햄버거 소송은 담배 소송과 달리 소비자들보다 업체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부석이다.담배 소송에서 이겨 3,000억 달러의 보상금을 따낸 존 밴자프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은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있다.반면 패스트푸드와 비만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운동 부족,유전적 요인등도 비만과 성인병의 유발 요인"이라며 "음식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있으므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에 대비해 법률팀을 만들고 다양한 홍보와 로비 전략을 마련 중이다.담배 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반 패스트푸드 소송을 준비 중인 시민단체 등은 패스트푸드의 영양 성분 및 열량 등을 밝히지 않은 것도 소비자보호법 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건강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각종 마케팅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을 사실상 중독 상태에 빠뜨린 업체들에게도 부분적이나마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소송의 한계를 인식한 반 패스트푸드파는 어린이 건강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패스트업체들에 대해 어린이 비만의 집단 피해 보상 소송을 준비 중인 노스이스턴 대학의 리처드 데이나드 법학과교수 등 법조인 100여명은 "판단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에게 패스트푸드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 소송할 가치가 있다"며 "매년 비만 관련의료비 1,17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 엄청난 보상금을 따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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