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집념어린 연구 끝에 ‘산채의 왕’으로 불리는 두릅을 연중 맛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충북 제천시 청풍면 용곡리에서 14년째 두릅 농사에 매달리고 있는 천영호(千榮鎬ㆍ48)씨. 천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농사를 짓다 85년 충주댐 건설로 농경지가 수몰되자 산악지 밭에 고추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매년 적자만 보게 되자 다년생 작물을 심기로 하고 89년 두릅 재배에 눈을 돌렸다.
그동안 산에 자생하는 재래종을 베어다 심어 생산량을 늘이려 했으나 실패만 거듭했다. 93년 개량종을 구입, 산과 밭 등에 심었으며 두릅나무의 눈(싹)이 있는 마디를 10~15㎝ 크기로 잘라 물에 담가 성장시키는 ‘마디 수침법(水沈法)’을 고안해 냈다.
이 마디들을 온도ㆍ습도와 환풍조절 장치를 갖춘 비닐하우스에 옮겨 재배하면서 본격적으로 두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산에 심은 두릅의 새 순이 나오기 1개월쯤 전 나무를 베어다 마디를 잘라 영상 3~4도의 저온창고에 보관한 뒤 두릅 가격이 좋을 때 꺼내 마디를 수침시켜 다시 키워내는 것. 수년간 이 방법을 개량하면서 적용한 결과 생산기간이 7~22일로 평균 1개월 이상 소요되던 것에 비해 노동력과 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두릅은 비타민 B1, B2, C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인, 사포닌 등을 함유, 당뇨와 위장병, 신장병 등에 효험이 있어 '산채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천씨는 “두릅김치와 두릅장아찌를 개발, 최근 제천시로부터 식품제조허가를 얻었고 특허까지 출원해 놓았다”면서 “부단한 연구를 통해 실패를 극복하는 것이 부농을 약속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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