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셰익스피어가 지금 한국에 있다면 작품 소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한국 정치를 그대로 묘사하면 그 자체가 희극이요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무리일까.
필자는 국제정치 전문지를 30년 가까이 경영하면서 각국의 국왕, 대통령, 총리 등 지도자급 정치인을 230여명 만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장래 지도자로 예측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 시장 시절부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고, 남아공의 움베키 현 대통령은 만델라 전 대통령 체제에서 부통령을 시작했을 때 차기 대통령감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크바스니에프스키 현 폴란드 대통령이다. 필자는 1988년 세계국제법협회 세계회장으로 폴란드에서 세계총회를 주관하면서 그가 차기 지도자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폴란드는 공산체제였고 크바스니에프스키는 체육부 장관이었다. 그 해 10월 그가 88 올림픽의 폴란드 단장으로 서울에 왔을 때 필자는 그를 위해 환영 조찬을 베풀었다.
그 후 폴란드는 공산체제가 무너지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필자의 예측이 어긋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사회당 초대 당수가 됐고 95년 대통령 선거에서 바웬사 당시 대통령과 대결해 당당히 승리했다.
한국은 어떤가. 차기 지도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인물들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지양돼야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의 투명성이다.
정치가 불안한 국가에서는 기업 활동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루 속히 정치 지도자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임덕규 월간DIPLOMACY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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