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차 지난 주 남미에 다녀온 회사원 김모(37)씨. 가끔 있는 출장이지만 월드컵 이후에는 처음이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선물을 골랐다. 한 벌에 4,000원인 붉은 악마 티셔츠 30벌을 사 라면박스에 담았다. 현지에서 붉은 악마 티셔츠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오리지널 한국산인 붉은 티셔츠는 금방 동이 났다. “우리 아이 것도” “집사람 것도”라며 현지의 바이어들이 체면 불구하고 티셔츠에 욕심을 냈다고 한다. “월드컵을 통해 알린 ‘대한민국’의 명성은 대단했다. 4,000원이 아니라 4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300벌을 갖고 갔어도 모자랐을 것”이라고 김씨는 이야기했다.
월드컵의 이러한 홍보효과를 바로 이어받는 것은 관광.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외국인의 숫자가 바로 증명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23일까지 집계한 7월중 1일 평균 외국인 방문객은 1만 2,060명. 예년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만 줄었을 뿐 유럽(+11.4%), 동남아 (+13.8%), 미국(+5.9%)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L여행사의 한 간부는 “예전에는 한국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나라의 여행객들도 상담 문의를 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월드컵과 관련한 여행 상품에는 매우 의욕적이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관련 상품 중 대표적인 것이 ‘붉은 악마 관광 상품.’ 한국관광공사가 일본과 동남아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기획한 상품이다. 서울의 상암경기장을 방문해 ‘대~한민국’ 응원 구호 배우기, 붉은 티셔츠 지급 등 비교적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지만 상한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홍콩에서 7월 한 달에만 벌써 2만여 명이 붉은 악마 투어를 다녀갔다”며 “월드컵 관련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의 유인에 톡톡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증명된 만큼 유럽지역에서도 관련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기간 중 국내외의 조명을 받았던 템플 스테이나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인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끊이지 않자 조계종은 아예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상시체제로 전환했다.
한국이 월드컵 기간에 무엇을 보여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서울시와 갤럽이 공동조사한 월드컵 기간의 외국인 방문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월드컵 대회 기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10명 중 9명이 서울 여행에 대해 만족했다.
402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88.3%가 한국 여행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는 ‘시민들의 친절’이라는 응답이 71.1%로 가장 많았고, 맛있는 음식, 편리한 쇼핑, 활기찬 거리 등을 꼽았다. 모두 관광강국이 되는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다국적 여행사인 S사의 최모 본부장은 “관광한국으로의 출발이 월드컵을 통해 이루어진 것 같다. 나라의 기운도, 국민의 관광 마인드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 차원에서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에 더욱 힘을 기울인다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가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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