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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지정 '삼국유사' 판본 소장 도혜스님 "일언스님 삶에 감명받아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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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지정 '삼국유사' 판본 소장 도혜스님 "일언스님 삶에 감명받아 출가"

입력
200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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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최근 국보로 승격지정 예고한 ‘삼국유사’ 조선 초기 판본(보물419호)의 소장자인 곽영대(郭榮大ㆍ58)씨는 만나보니 스님이었다.그는 6년전 속명을 버리고 불교 법륜종의 도혜(道慧ㆍ사진ㆍ불교 법륜종)스님이 되어 있었다.

그는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삼국유사(三國遺事)’가 나라의 보물(국보)로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게 돼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고려 후기의 명승 보각국사(普覺國師) 일연(一然ㆍ1266∼1289)이 지은 ‘삼국유사’는 ‘삼국사기(三國史記)’와 함께 고대사를 밝혀주는 귀중한 사료.

그러나 고려 때 판본이 발견되지 않아 태조 3년(1394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판본이 현재 남아있는 최고본이다.

문화재위원회 위원인 이동환(李東歡) 고려대 교수는 “전 5권중 3~5권만 있는 결본이지만 가장 오래됐고 인쇄 상태가 매우 양호해 국보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도혜 스님은 이 판본을 구한말 내관 출신으로 고미술품 수집가였던 양(養)조부 이병직(李秉直ㆍ1896~1973)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본래 한국 서지학의 개척자인 이인영(李仁永ㆍ1911~?)씨의 소장품이었으나 1948년 경매에서 이병직이 당시 쌀 1만5,000가마니 값인 6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도혜 스님은 “양조부께서 이 판본을 물려주면서 ‘살기 어렵거든 팔아 쓰라’고 유언하셨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할아버님이 생전에 가장 아끼셨던 ‘삼국유사’만은 꼭 지키겠다는 결심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96년 출가한 그는 “승려의 길을 택한 것도 어릴 적 양조부께 들어온 일연 스님의 숭고한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보 승격지정 예고는 도혜 스님이 92년 7월 일연이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자 국보 승격을 신청한 지 꼭 10년만에 이뤄졌다.

그는 “그 후 두차례 더 재심요청을 했지만 이렇다 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뤘고 직접 찾아가 만난 한 문화재위원은 ‘보물이면 됐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면서 문화재청의 늑장 행정을 꼬집었다.

도혜 스님은 ‘삼국유사’와 함께 단군신화를 기록한 역사서로 역시 양조부의 유산인 보물 418호 ‘제왕운기’(帝王韻紀)’의 국보 지정 신청도 낼 계획이다.

그는 “이들 고서의 국보 지정과 함께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 필생의 꿈”이라면서 “앞으로 ‘삼국유사’와 그 속에 담긴 단군신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존 '삼국유사' 판본

현재 남아있는 ‘삼국유사’ 판본은 14세기 말 간행된 조선 초기 판본과 중종 7년(1512년) 경주부사 이계복(李繼福)에 의해 중간돼 그 해 중국 연호를 딴 ‘정덕본(正德本)’ 등 2종이다.

조선 초기 판본은 국보로 승격지정 예고된 곽영대씨 소장본(권3~5), 보물로 신규 지정 예고된 성암고서박물관 소장본(권2), 부산 범어사 소장본(권 4~5) 등 3건. 서병패(徐炳沛)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은 “3건 모두 일부만 전하고 간행연도를 알 수 있는 서문, 발문 등이 없으나 태조 3년(1394년) 간행된 ‘삼국사기’에 삼국유사에 관한 언급이 있고 서지적 특성이 유사해 같은 시기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범어사 소장본은 그동안 ‘정덕본’으로 알려져왔으나 이번 조사에서 조선 초기 판본으로 밝혀졌다.

정덕본 가운데는 서울대 규장각과 고려대 도서관 소장본 2건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정덕본은 2건이 더 있지만 나중에 인쇄한 것으로 공문서를 이면지로 활용해 찍거나 글자가 마멸돼 보물 지정에서 제외됐다.

문화재청은 향후 삼국유사와 더불어 고대사 연구의 근간이 돼온 ‘삼국사기’ 판본에 대해서도 일제 조사를 벌여 국보 승격 또는 보물 신규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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