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가수 밴디도가 이정현의 ‘와’ 통째로 베껴 `Vamos Amigos'라는 노래로 발표한 데 이어 또 다른 이탈리아 가수들이 우리가요를 베꼈다는 내용이 ‘이탈리아 또 한국 가요 표절’ 식의 내용으로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가 치우페크(Ciupek)의 ‘Time To Say Goodbye’ 코요태의 ‘순정’이 DJ 후케르(hooker)의 ‘Dragon’으로 각각 둔갑했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작곡 김창환)을 표절한 곡은 아직 가수와 제목이 미상이라는 내용이다.
표절은 몇 소절을 따온 경우이고, 이 경우에는 곡은 같고 부른 가수만 다른 ‘커버 버전’이다. 100% 저작권 침해다.
문제는 치우페크와 DJ 후케르가 이탈리아 가수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쿨과 코요태 노래의 작곡가인 최준영씨측이나 해외저작권을 담당하고 있는 워너채플은 “노래를 부른 가수나 제작자의 국적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가수’라고 방송에 나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그들은 ‘국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거듭 주장했다. ‘Time…’ 등을 이탈리아 곡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세 곡의 mp3 파일을 보낸 제보자가 “또 다른 이탈리아 가수가 표절한 사례”라고 주장한 것 뿐이다.
‘Vamos Amigos’의 가사는 이탈리아어였던 데 반해 세 곡은 모두 영어가사. 인터넷에서 ‘DJ Hooker’를 검색하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DJ 이름이라 나오며, 그 어디에도 ‘Hooker’를 ‘후케르’라는 이탈리아식으로 발음할 만한 근거가 없다.
‘Ciupek’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 폴란드계통인 이 이름의 주인공들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독일이나 미국에 고르게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물론 이들 곡이 ‘커버 버전’이 유행하는 유럽에서 제작됐을 확률은 높다. ‘이탈리아는 아니다’라는 근거도 없다.
그러나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에서의 이탈리아의 소행에 대한 앙심과 ‘와’ 의 표절을 근거로 “나머지 곡도 이탈리아가 표절했다”고 몰아부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때 ‘표절 왕국’ ‘세탁소’( ‘짜깁기를 많이 한다는 데서 유래)’로 불리며 표절만 해오던 우리 가요계가 남의 표절 사례를 밝혀냈다고 아무 나라나 끌어다 의심하고 ‘공표’까지 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제작사와 국적이 파악되면 그 때 비난해도 늦지 않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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