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26일 생산현장에서 ‘실리를 보장하라’고 독려한 대목은 현재 진행중인 가격, 임금, 기업 등 분야에서의 개혁 방향 및 폭을 가늠케 해주는 발언이다.최근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들을 시장경제 도입이라는 시각에서 주시해온 외부세계의 시선을 다분히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북한 내외를 향한 다양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먼저 시기상의 미묘함을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현재 북한 경제개혁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물론 개혁조치가 김 위원장 자신의 지도 하에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쌀 가격을 550배 인상하는 등 주요 생필품의 가격을 수요_공급 곡선에 맞춰 현실화하고, 생산기업의 이윤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실리보장’이라는 단어로 함축시켰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북한 내부적으로 농민 노동자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생산성을 높여 이윤을 창출하라는 촉구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북한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자강도 희천시의 공장에서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자강도는 지난해 1월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중국 경제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연형묵(延亨默) 자강도 책임비서(국방위원 겸임)가 관할하는 지역이어서 자연스럽게 중국식 개혁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당국자들은 또 이번 발언으로 미뤄 경제 개혁 조치가 중앙 집권적 원칙이 관철될 때까지, 즉 농민시장 등 비공식 부문의 경제활동이 공식부문으로 흡수될 때까지 강력히 추진될 것으로 관측했다.
발언을 계기로 경제 개혁 조치들이 더 큰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을 현 상황에서 시장경제도입이라는 시각으로 확대해석할 이유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론은 “실리보장’, 인센티브를 의미하는 생산단위의 ‘창발성 발휘’ 등의 언급이 1999년 신년 공동사설 이후 김 위원장과 북한 매체가 즐겨 구사해온 용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지 시장 경제 도입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해석으로까지 연결된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실리보장과 함께 사회주의 계획경제관리 원칙의 고수 등을 함께 강조한 대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며, 이번 조치가 시장 제도의 전면적 도입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 및 임금 인상 조치의 본질은 국정가격을 단순히 인상한 측면이 짙고, 비공식 부문으로 빠져나가는 계획경제 하의 공식부문 재화를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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