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경(康珍敬) 연세대 의료원장은 요즘 신촌세브란스병원 사무실의 유리창 너머 4,000평의 광활한 공사현장을 지켜보는 게 일이다. 자칭 ‘현장감독’이다.‘백의(白衣)의 현장감독’은 2004년 완공될 세브란스 새 병원(1004병상)을 지켜보며 또 한 명의 ‘세브란스’를 찾느라 분주하다.
미국인 사업가 루이스 세브란스의 기부로 세브란스병원이 지어진 지 꼭 100년만에 “세브란스 새 병원은 우리 손으로 짓겠다”며 50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물론 동문 동창입니다. 지난해 의대 동창회 행사 땐 하루 저녁에 10억원이 걷혔습니다. 병원과 학교 직원들도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더욱 고마운 것은 환자들입니다. 치료를 받고 너무 감사하다며 어떤 사람은 10만원, 어떤 사람은 수천만원을 냅니다. ‘공사중이라 시끄러워서 죄송하지만 2년만 기다리면 더 좋은 시설에서 진료해 드리겠다’고 말하는 우리 의료진들은 모금요원이나 마찬가지죠. 한마디로 국민병원 아니겠습니까”
한번은 어떤 기부자로부터 1억원이 입금됐다. 강 원장이 수소문해 원장실로 초대, 차를 대접했다. 알고보니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적은 있는 개인 사업가였다.
이렇게 1995년부터 지금까지 모아진 돈이 얼추 200억원. 2,400억원의 건축비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단과대학이 주체가 된 모금액으론 놀라운 성과다.
ARS, 지로용지발급 등 모금방법도 갖가지이고 기부액에 따라 플래티늄, 골드, 실버 등 VIP진료카드를 발급하고 진료비 감면, 건강진단권 증정, 회의실이나 수술실에 후원자명 부여 등 예우방안도 다양하다.
지상 21층, 지하 3층, 연면적 4만9,000여평 규모로 지어지는 세브란스 새 병원은 소화기병센터, 뇌신경센터, 신장병센터, 응급진료센터 등 전문센터와 최첨단 진료기기를 갖춘 첨단병동으로 태어난다.
강 원장은 “환자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안락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고, 대학으로선 임상연구와 교육을 병행해야 하는데 40년된 낡은 시설로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고 배경을 말한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투자한 병원들과 경쟁하려면 새 병원이 절실했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았다.
시설에 걸맞은 의료인력이 문제다. 강 원장은 “내년에 의사 40명을 새로 뽑고, 외국 연수를 통해 선진 의료기술을 흡수하는 등 의료진의 수준을 높이는 인력수급계획을 세워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론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은 중소병원이 담당하고, 대학병원에서는 3차 진료기관의 개념을 넘어 고난도의 진료 및 수술만을 담당하는 4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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